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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음허화동 본문
딸이가 올해 3월이면 대학생이 되는데, 기쁨보단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대학교수들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 범죄의 수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니 말이다.
교수의 자격 요건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논문을 만들어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 및 발표도 하며, 전공과목을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외부 특강 혹은 칼럼도 게재 하는 등 명예와 명성을 양손에 다 쥐고 있는 이들이 왜 이런 일탈을 일삼는 것일까 ?
연구와 강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목적으로 연구실에서 엉덩이에 땀띠날 만큼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을 반복하여 '음허화동(陰虛火動)' 이 생긴 탓일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ㅎㅎ
음허화동이란 음이 비어서 화가 동한다는 뜻이다(고미숙,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북드라망, 2014, p. 256). 음이 신장(콩팥, kidney)의 수(水)에 해당한다면 화(火)는 심장의 불이다. 그러니까 신장의 음이 약해서 올라가지 못하면 심장의 불이 제멋대로 망동한다는 뜻이라고 위에 인용한 책에서 고미숙은 말하고 있다.
공부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라는 신분으로 의자에 반복해서 습관적으로 장시간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 허벅지가 얇아지는 등 하체의 빈곤 현상이 초래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장의 기능은 저하되어 불은 상체로 치성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여성들의 경우는 감정조절이 안 되고 툭하면 눈물 흘리며 울거나 피해 망상에 시달리게 되며, 남성들의 경우에는 성욕이 대책없이 항진되어 뜻하지 않는 '사고'를 치게 된다고 위의 책, 저자는 이야기하면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걷기 등의 운동을 통해서 하체를 튼튼히 하라 당부한다. ㅎㅎ
몇일 전 프랑스의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가 쓴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란 책을 읽으면서 프리드리히 니체, 아르튀르 랭보, 장 자크 루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제라드 드 네르발, 이마누엘 칸트, 마르셀 프루스트, 발터 벤야민, 모한디스 카람찬드 간디, 프리드리히 휠덜린 등의 삶에서 걷기의 의미와 자유로운 길로 가는 영혼을 부러워하고 본받고 싶었는데, 그 걷기(walking)가 '陰虛火動'에 걸려 주체하지 못하는 성욕을 지 마누라나 애인에게 풀지 않고 교수로서 자신의 귀중한 존재 가치인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성폭력을 일삼는 일부 못된 교수들을 위한 처방이 될 수 있다하니, 대학 재단 이사장과 총장 등 대학의 책임 관계자에게 교수들이 점심 식사후 10분 이상 캠퍼스를 걷도록 하는 인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떠할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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