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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첫번째 논문 쓰기 본문
4학년이 시작될 무렵, 지금까지 무척 많은 사회학 강좌를 수강했으므로 몇 학점 따지 않아도 졸업 학점을 채울 수 있다. 모리 교수님은 내게 우수 논문에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제가요? 뭐에 대해 쓸까요?"
"뭐에 관심이 있는데?"
선생님이 묻는다.
우리는 논문 주제를 놓고 씨름하다가, 마침내 스포츠를 주제로 결정한다.
나는 미국에서 풋볼이 대중에게 어떻게 종교나 마약이라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가 되었는지에 관해 1년이라는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것이 내 장래의 경력에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그저 이 논문 때문에 모리 교수님과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교수님의 도움을 받으며 봄 무렵 112페이지짜리 논문을 완성한다. 연구 내용과 각주, 각종 자료가 정리된 논문이 검은 가죽으로 장정되어 나온다. 나는 처음으로 홈런을 친 리틀 야구단 선수처럼 자랑스럽게 모리 교수님께 논문을 보인다.
"축하하네."
교수님은 말한다.
그가 논문을 넘겨가며 보기 시작하자 나는 씩 웃으면서, 연구실을 둘러본다. 책이 가득한 선반, 참나무 마룻바닥, 융단, 소파. 이 방에서 내가 앉아보지 않은 곳은 아마 없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모르겠네, 미치. 이런 실력이 있으니, 자네를 대학원 과정에 눌러 앉혀야 될 것도 같고..."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써가며 논문을 읽으면서 말한다.
"그럼, 그럴까요?"
나는 깔깔거리며 웃었지만, 순간적으로 대학원에 마음이 쏠린다.
한편으로는 학교를 떠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또 마음 한쪽으로는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상반된 긴장. 나는 논문을 읽는 교수님을 바라보다가, 저 밖에 얼마나 큰 세상이 있을까 궁금해 한다.
<자료:미치 앨봄 지음/공경희 옮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세종서적,2001. 90-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