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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기생(妓生)과 기생(寄生) 본문

금재단상

기생(妓生)과 기생(寄生)

산수호학(山叟好學) 2015. 5. 4. 10:14

 

 

기생(妓生)의 妓는 女 + 支(초목의 가지)로 구성된 글자로, '풀이나 나뭇가지를 들고 교태를 부리는 여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춤과 노래, 풍류 등으로 주연석이나 유흥장의 흥을 돋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官妓, 民妓, 약방기생, 상방기생 등 예기(藝妓)의 총칭을 말한다.

​이러한 뜻으로 기녀(妓女), 말을 알아 듣는 꽃이란 의미의 해어화(解語花) 등으로 불렸지만, 실은 詩, 書, 畵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들이었다.

허균, 이귀 등과 교분을 쌓고 애절한 사랑을 나눈 부안 명기 이매창(李梅窓)과 서화담과의 유명한 일화를 남긴 송도 명기 황진이(黃眞伊), 이율곡과의 플라토닉 러브를 나눈 황해도 황주 기생 유지(柳枝) 등은 시기(詩妓)에 해당되고, 임진왜란 때 진주성 촉석루에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論介), 평양성에서 김응서 장군과 협력해 왜장의 목을 베고 자결한 평양의 논개로 불리는 계월향(桂月香) 등은 충절의 상징인 의기(義妓)이다.

詩妓와 義妓의 덕목을 겸비한 분이 있었으니 바로 제3공화국 시절 대한민국의 3대요정(청운각, 삼청각, 대원각)의 하나였던 대원각의 안주인, 김영한(기명 : 眞香, 아명 : 子夜, 법명 : 吉祥華 1915~1999)이 아닐까 싶다.

'子夜​'라는 아명은 백석 시인이 붙여준 것으로, 함흥에서 처음 맺어진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위에 소개한 詩妓들의 사랑보다도 더 애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80년대 시가로 1,000억 원이 넘는 대원각 요정터를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아 " 수많은 재물도 백석의 시 한 줄 값도 되지 못하더라"​ 는 말을 남기며 부처님께 받친다. 그 터 위에 세워진 사찰이 바로 길상사(吉祥寺)다.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느니, 불법적으로 착복한 돈에 대한 추징금을 아직도 내지 않고 미적미적거리는 옹졸하고 치졸한 태도나, 고액 세금 체납자들, 상하고 썩은 생선보다 더 심한 악취를 풍기는 정치, 경제, 사법, 교육, 언론, 문화예술계 등의 구린 인사들은 '말을 알아 듣는 꽃, 解語花"인 妓生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 사회의 기생(寄生, parasitis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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