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의 퇴출과 부활
2013년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고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독단적으로 결정된 레슬링의 2020년 올림픽 퇴출이 9월 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125차 IOC 총회에서 레슬링의 하계올림픽 재진입을 불과 7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아주 쉽게 결정하였다.
레슬링 종목이 2016년, 2020년, 2024년 올림픽때까지 살아남아 있겠지만, 올림픽 핵심종목 25개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른 종목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어 레슬링의 역사와 전통을 알고 경기의 묘미를 사랑하는 전세계 레슬링 관계자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고의 경주를 해야할 것이다.
레슬링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에서도 역사(力士)들이 자웅을 겨루었고,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부터 현재까지 100년 이상 그 명맥을 이어온 역사적인 경기이다.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청년 시절에 고대 올림픽의 하나인 이스트미아 제전경기에 레슬링 선수로 출전하여 두 번이나 우승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플라토 plato라는 이름은 그가 보통사람 보다도 이마가 높고 어깨폭이 넓었기 때문에 레슬링 코치가 붙여준 이름이다), <명상록>으로 유명한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서로 맞서서 겨루는 레슬링 경기의 모습을 보고 '행복'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이라는 기쁜 소식을 알려준 종목도 양정모 선수가 출전한 레슬링이다.
이처럼 장구한 역사와 넘볼 수 없는 전통을 지닌 레슬링(wrestling)이 "더 높게 더 멀리 더 빠르게"를 표방하는 올림픽이라는 젊은이들의 향연에서 대체불가한 종목이 아닌 대체 가능한 종목으로 국제올림픽 집행위원들의 뇌리와 가슴판에 낙인이 찍힌 이유는 무엇일까?
상업화, 정치화, 문화화라는 명약관화한 특색을 드러낸 현대올림픽에서 레슬링 경기가 '재미가 없어서'라는 단순한 원인을 넘어 회복불가능하게 보이는 뭔가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도 레슬링이 가지고 있고, 그 문제를 지혜롭게 풀 수 있는 마스터 키도 레슬링 관계자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금 은 동' 메달 색깔을 떠나 감동을 줄 수 있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펼쳐야 할 것이고, 레슬링 행정가들은 프로페셔널한 발전대책과 비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