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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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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단상

" 니 아부지 뭐 하시노? "

산수호학(山叟好學) 2015. 5. 3. 21:15

 

 

 

   요즈음 대중가요 중

" 너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

란 가사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가수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란 노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란다.

 

   그런데, "니 아버지 뭐 하시노?" 와 같은 것은 앞으로 못 묻는다고 한다.

정부가 법 제정을 추진 중인 '非婚, 동거 가구 차별금지법'(가칭)은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상황 등을 차별 금지 대상으로 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차별 금지 책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교육과 고용분야에서 혼인, 출산, 가족관계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지 못하고, 차별이 있을 경우 정해진 기한 내에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 한다(매일경제, 2015, 5, 3).

 

   아주 늦은 감은 있지만, 꼭 통과되길 바란다. 참 쓸잘데기 없는 짓거리들을 강건너 불보듯 수수방관하면서 無思考, 無槪念, 無行動의 자세와 태도로 일관해온 정부 관계자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위와 유사한 물음을 필자도 겪은 경험이 있어 그 기분은 당시 뿐만아니라 지금도 생각하면 불쾌하고 더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1999년도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사회체육학과 교수채용 공고(운동처방학)에 지원하여 재단 면접 1순위자로 선정되어(당시 기억으론 2순위자와 면접 전 점수차가 10.5점차 였다) 서울 소재 동국대학교에서 총장 면접을 보았다. 그 때 질문의 내용이 가관이었다.

 

" 어디에 사느냐?"

" 나이는 몇살이냐?

" 부모님은 계시느냐?"

" 아버지는 뭐 하시느냐?"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매일 108배를 한다던 대학총장이란 사람이 그리고 진흙과 같은 더러움 속에서도 淸淨하게 피어나는 연꽃의 지혜와 佛世界를 지향하는 동국대학교 교수 채용 관계자가 나에게 물은 말의 전부다.

껍데기도 알맹이도 불국토 위에 서 있는 머리 검은 자들로는 볼 수 없었다.

 

  면접 당일이 오전으로 잡혀 있어 난 하루 전에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학교 근처 모텔에 하루를 숙박하면서 그 날 저녁에 대학 후배가 선물한 한글판 <묘법연화경, 대한불교천태종 울산 정광사 발행>을 읽을 수 있는 인연과 그 속에서 법화경 20장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을 만나면서 '항상 가볍게 하지 않는다, 즉 존경하고 공경한다'는 뜻을 지닌 常不輕을 가슴에 새기고 호(號)로 삼은 것이 가짜 연꽃밭에서 강의와 연구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란 생각으로 내 자신을 위로하면서 씁쓸히 집으로 돌아왔던 묵은 기억이 위의 기사를 접하면서 뇌리를 스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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