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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사리(邪離) 본문

금재단상

사리(邪離)

산수호학(山叟好學) 2015. 3. 10. 14:28

 

 

 

 

    경상북도 청도군 소재 호거산(虎踞山) 중턱에 있는 운문사의 말사인 사리암(雲門寺 邪離庵)은 고려 초의 고승 보량국사가 930년에 창건하였으며, 헌종 11년인 1845년에 정암당 효원대사가 중창하고, 1924년에 증축한 뒤 1935년에 중수하였다.

 

   이곳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 미륵존여래불이 세상에 나타나기까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원력(願力)을 세우고 천태산(天台山) 위에서 홀로 선정을 닦았다고 전해지는 나반존자(那畔尊子)의 기도처로 널리 알려져 있고, 불자들 사이에서는 나반존자 기도가 영험(靈驗)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어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전 지식없이 어제 처음으로 불자인 후배와 함께 운문사 옆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온전히 걷고 또 걸어서 사리암에 난생 처음 다녀왔다.

사리암 표지석을 만나기 전까지 가는 길이 솔숲 사이로 태고의 흔적을 밟는 흙길이라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솔바람소리, 물소리에 더하여 경칩으로 깨어난 개구리소리가 정답게 들려 무거운 몸을 가볍게 해 주는 것 같아 상쾌했다. 표지석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경사도를 달리하는 언덕과 돌계단(총 1008개)을 마주해야 하고, 下心으로 올라야 한다. 나에게 사리암 가는 첫 길은 마음의 때와 생각의 찌꺼기들을 씻어주는 정화의 길 그 자체였다.

 

   사리암 입구 해탈교를 건너 오르면, 자인실(慈忍室), 관음전(觀音殿), 사리굴(운문사 4굴의 하나, 나머지는 서쪽 화방굴, 남쪽 호암굴, 북쪽 묵방굴), 나반존자상을 모신 천태각(天台閣), 산신각이 차례로 보인다. 공양간에 들러 저녁 공양을 하니 위와 머리와 가슴이 다 배불렀다.

 

   사리 !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으로서의 사리(私利),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인 사리(事理),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얻으려는 사리(射利), 그릇된 이치나 생각을 뜻하는 사리(邪理), 화장한 뒤 나오는 작은 구슬 모양의 유골인 사리(舍利) 등은 한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리이다.

운문사 사리암은 간사할 또는 사악할 사(邪), 떠날 리(離), 암자 암(庵)자로 구성된 '邪離庵'이다. '간사하거나 사악한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혹은 삿된 것(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쁨)을 여윈다' 쯤으로 불자들 사이에선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불자가 아닌 나의 입장에서 암자를 제 한 "사리(邪離)" 두 글자는 내 두 눈에 비치는 한순간의 천둥 번개였고 충격적인 단어였다. 왜냐하면 하루 혹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말과 생각과 행위가 편안하고 고요하여 사악한 기운과 멀어지는 그 자리가 곧 천상낙원인 천당이고 빛의 세계이며, 생활 속 말과 생각과 행위 자체가 사접(邪接), 즉 사악한 기운과 접하고 간사한 마음이 들면 그 순간순간이 지옥이고 어둠의 세계가 되는 것이니, 지금 이 순간과 邪離하고 있는지 아니면 邪接하고 있는지를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알아차려라는 자연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창원 모 국립대학교에선 교수가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착복, 착취했다는 기사가 보이고,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연루된 방위사업비리, 현직 판사의 성추행 혐의,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등의 뇌물수수 사건, 어린이집 폭행, 영화 한공주로 대변되는 학생들의 성폭력, 표충사 前 주지의 비리 등 종교인의 일탈, 일부 교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성추행, 제자 논문을 가로채는 못된 교수들, 겉으로 미소와 눈물로 꽃의 향기를 풍기면서도 속으론 와신상담하며 칼을 숨기고 있는 무서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선한 장삼이사들 !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다는 공자의 사무사(邪無思)처럼 사리(邪離)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곧고 곱게 살도록 노력하고 경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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