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재설화(錦載屑話)
전문대생의 취업 설움 본문
전문대생의 취업 설움
다음의 글은 조선일보(2001.3.24)의 독자 의견란에 실린 것인데, 나도 몇년 전 비슷한 경험을 하였기에 동감(同感)되어 옮겨 보았다.
"이번에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직장을 구하는 중이다. 요즘 취업난이 심각해서인지, 어떤 회사가 구인광고를 내면 그 회사에는 문의전화와 서류들이 쇄도한다고 한다.
얼마 전 서류전형에 가까스로 합격한 후 면접을 보게 되었다. 요즘은 면접이 취업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기에, 면접을 볼 때마다 무척 긴장하게 된다.
그 때 면접 보시는 분이 나의 이력을 한참 보더니. "이게 뭐야?"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예?" 하고 되물었다.
나는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지방전문대학을 나왔는데, 면접관은 "이게 어디에 있는 학교야! 사이버 대학인가?" 라고 물으셨다. 내가 "지방에 있는 전문대학 입니다." 라며 학교약력을 말씀드리자, 그 분은 "서울에서 거기까지 어떻게 학교를 다녔지?" 라며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서류를 보는둥 마는둥 하고서는 연락을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나는 너무 속상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면접관은 나의 능력을 확인하기도 전에,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로 나를 평가한 것이다.
명문대생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학력사회... 언제쯤 이런 슬픈 현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朴珍英 21. 취업준비생. 서울 송파구
나는 몇년 전 모 대학에 서류전형 1순위로 서울에 올라가 총장의 최종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총 면접시간은 채 3분도 안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냐, 집은 어디냐,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느냐, 무슨 운동을 잘 하느냐...`
교수가 된다면 앞으로의 연구계획, 포부, 학과 발전방향, 교수로서의 자질과 인성 여부 등을 물어보고 판단하는 데 30분 이상은 걸릴텐데, 그러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미리 내정자가 결정된 상태였던 것으로 생각되나, 자비와 청정한 마음을 중시하는 대학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고 한 중생에게 회의감과 자괴감만 가혹하게 듬뿍 안겨주었다. 그 총장님은 아침에 출근해서 매일108배를 한다고 자랑하는데, 몸을 낮추는 것 만큼 과연 중도(中道)의 정신을 닦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고 있을까? 의문이다.
보배 진(珍)에 꽃부리 영(英)이라는 귀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박진영씨!!
진영씨는 먼훗날 그 회사를 잊을지라도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몰랐던 어리석은 그 회사, 그 면접관은 진영씨를 영원히 잊을 수 없도록 하십시오.
실력이 준비된 사람에게 언젠가는 자신의 시대가 옵니다. 자신의 참된 실력과 사명 그리고 비전을 알아주는 분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철저히 밑바닥을 경험하고 본 사람만이 정상의 참다운 의미와 맛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하셔서 꼭 자신이 하고 싶고 사랑하는 일을 찾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힘내세요.
박진영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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