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금재설화(錦載屑話)

스승과 제자의 날을 기다리며 본문

금재단상

스승과 제자의 날을 기다리며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2:32

스승과 제자의 날을 기다리며

"학부모님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이 작성한 감사편지나 카드 이외에 어떠한 선물도 학원으로 보내지 않으시기를 바란다는 말씀입니다.
다만, `감사의 마음`만을 고맙게 받겠습니다.
혹시라고 학생의 가방에 넣어 보내주시는 작은(?)선물이나, 학생이 직접 구입한 선물이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 선물(음식)이나, 직접 가져다 주시는 어떠한 종류의 선물도 학생편으로 다시 보내드릴 계획이오니 성의를 무시한다고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이는 교사도 부족한 인간인지라 혹시 모를 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교사들 스스로의 다짐이오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하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의 글은 우리집 아이들이 다니는 어느 외국어학원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내용 중의 일부분이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모든 학생들을 바라보기 위해서 그리고 어려운 경제적 여건으로 허덕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려고 선생님들이 먼저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하신 것같아 정말 고마웠다.

스승의 날을 맞이 하여 촌지(寸志) 수수에 대한 물의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다는 속사정으로 서울의 초등학교 40%가 오늘 휴교했다고 한다. 스승의 날 당일 휴교(休敎)하면, 다른 학생보다 내 자식을 좀더 잘 봐달라는 보상을 바라고 은밀히 건네는 뇌물성 촌지가 사라지기도 한다는 말인가. 그러한 발상(發想) 자체가 너무나 유치하고 우섭게 느껴진다. 휴교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14일이전에 선생님을 너나 할껏없이 찾아뵐텐데...

스승과 제자가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날로 만들기 위해서 극단적인 휴교라는 가짠은 발상보다는 교육의 주체인 교장이나 담임교사가 먼저 제자와 학부모들에게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인 가정방문성 편지 등을 보내 학부모의 심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려야 하겠다는 역발상(逆發想) 이야말고 이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조그마한 실천의 길이 아니겠는가.

한해 사교육비가 공식 집계된 것만 7조원을 넘어 전체 교육 예산(22조 7천억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한국을 유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는 "공립학교의 낮은 교육 수준이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며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토록 권고했다고 한다. 
IMF의 치욕도 모자라서 이제는 우리가 자랑(?)하는 교육도 유엔의 지적을 받아야 할 지경에 봉착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 가정에서 자녀들을 위해 사교육비로 한달에 학원 등에 투자(작게는 2-30만원에서 많게는 4-50만원)하는 금액을 공교육에 투자만 할 수 있다면, 우리의 교육여건은 훨씬 나아질 것이고,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신뢰와 학생에 대한 사랑은 살아나지 않을까?

교실이 붕괴되고 학교는 본래의 제기능을 못하고 죽어서(School is dead) `인간없는 학교`로 전락되어가는 엄연한 사실 앞에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교단이라는 제위치에 굳건히 서서 학생들의 순진하고 빛나는 눈동자를 자신있게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면 교직은 교육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밥그릇에 불과할 것이다.

교직을 사명감으로 보든 밥그릇으로 하든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가르치는 마음보다 배우는 마음이 더 크고, 따라서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르쳐야 한다" 는 것을...
그리고 제자는 학문이라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갈 때 스승이 밝혀주는 등불의 힘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승의 존재가치가 제자에 있다면, 스승의 날을 "스승과 제자의 날"로 정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존경과 사랑,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로 하면 어떨까.
받기만 하면 다음 생(生)에 거지로 태어난다고 하던데...


나재철닷컴-
http://www.najaechul.com/

'금재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의 날  (0) 2009.02.04
건강철학  (0) 2009.02.04
지와 사랑  (0) 2009.02.04
전문대생의 취업 설움  (0) 2009.02.04
가정을 지킨 남자  (0) 200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