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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내 마음의 차(吾心之茶) 본문

산수호학/금재의 차(茶) 공부

내 마음의 차(吾心之茶)

산수호학(山叟好學) 2015. 5. 4. 10:59

 

'오심지차(吾心之茶), 즉 내 마음의 차'​는 무오사화시 무오오현(한 날 한시에 참형을 당한 김일손, 권오복, 이목, 권경휴, 허반) 가운데 한 사람인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 선생이 밖이 아닌 안에서 구하고자 한 차이다.
훈구파인 윤필상의 미움과 모함을 받아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하고, 갑자사화 땐 원한으로 분이 풀리지 않은 윤필상에 의해 능지처참형까지 받게 되지만, 중종반정 이후 모든 명예가 회복된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한재가 젊은 나이로 죽게 된 이유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불의와 한치도 타협하지 않은 투철한 선비정신과 불의를 저지른 자는 어느 누구든 맞서는 기질 탓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점필재 김종직 문하의 정여창, 김일손 같은 신진 학자들과의 사귐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이이화, 왕의 나라 신하의 나라, 김영사, 2008, pp.254-255).
이태백이 달과 술을 좋아한 것 처럼 한재 이목은 차(茶)를 무척 즐겼는데, 차를 통해 자신의 열정 어린 내면의 세계를 침착하게 가다듬었다고 이이화는 말한다(위의 책, p.255).
다부(茶賦)는 이목이 지은 茶詩로 1,321자로 되어 있으며, 한재문집에 수록되어 있다. 다부에 보이는 차의 효능인 5공, 6덕 및 7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천병식, 역사 속의 우리 다인, 이른 아침, 2004, pp. 63-71).
가. 차의 다섯 가지 공(五功)
1. 독서에 열중할 때 목마름을 달래준다.
2. 마른 창자와 답답한 가슴의 울적함을 달래준다.
3. 손님과 주인 사이에 다정한 정담을 나누게 해 준다.
4. 뱃속의 중독에 대한 해독으로 소화가 잘 되게 한다.
5. 숙취에서 깨어나게 한다.
나. 차의 여섯 가지 덕(六德)
1. 오래 살게한다(壽修)
2. 병을 낫게한다(炳己)
3. 기운을 맑게한다(氣淸)
4.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安心)
5. 선인이 되게한다(仙)
6. 예의를 바르게 한다(禮)
다. 차의 일곱 가지 효능(七修)
1. 한 잔을 마시니 마른 창자가 씻겨내리고
2. 두 잔을 마시니 마음과 혼이 상쾌해지며
3. 세 잔을 마시니 두통이 사라지고
4. 네 잔을 마시니 웅장하고 큰 마음이 근심과 울분을 날려버리며
5. 다섯 잔을 마시니 색마가 도망가고 탐욕이 사라지고
6. 여섯 잔을 마시니 해와 달이 방촌에 들며
7. 일곱 잔을 반도 비우기 전에 울금향이 옷깃에서 베어난다.​
" 이 생애는 어려운 세상을 만났으니
어느 강호에 산들 즐겁지 않으랴
푸른 물결 위에는 밝은 달이 비치고
푸른 산 머리에는 백운의 관이 씌웠네
내가 여기에 와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어찌 인간이 슬퍼하고 기뻐함을 알랴. "
위의 시는 한재 이목이 공주에 귀양살이 할 적에 지은 것으로, 산수와 벗하며 조용히 살아갈 것을 노래했건만(이이화, 위의 책, p.256), 간신 윤필상의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가 되어 사화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내 마음의 차를 소망하면서 28년이란 짧고 굵은 삶을 살다 갔다.
차의 아버지(茶父)​ 한재 이목의 오심지차가 오늘 이 땅 위에도 그 맛과 색과 향이 그윽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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