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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학파의 행복론 본문

산수호학

스토아학파의 행복론

산수호학(山叟好學) 2013. 8. 9. 13:24

 

 

 

1. 스토아학파의 탄생

 

 스토아학파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제논(Zenon von Kition, 기원전 340-265)은 뱃사람이었다. 312년경 배가 파선되는 바람에 아테네에 어쩔 수 없이 정박하게 되고, 죽을 때까지(제논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0여 년을 아테네에 머물면서 폴리그노토스의 벽화로 장식된 아테네의 한 회랑인 스토아 포이킬레(Stoa poikile)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길 좋아했다. 그가 강의한 스토아 포이킬레에서 스토아 학파(Stoicism)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배가 난파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태어난 스토아 학파의 제논은  행복을 쾌락에 근거를 둔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hedonism)를 단호히 거부하고, 행복은 이성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스토아주의자들의 목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과 일치하는 삶, 즉 로고스와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스토아 학파의 신조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서" , "이성적으로 행위하는 것" 이었으며, 스토아 철학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하늘이 무너져도 그대의 의무를 다하여라" 였다.

스토아 학파는 초연함, 공평함, 평정함, 엄격함과 완고한 행동 강령을 강조한다. 스토아 학파의 핵심 사상은 '불행은 결코 우리의 행복을 감소시킬 수 없다'이고, 스토아 철학은 불행을 이기는 철학이다.

제논을 비롯하여 안티스테네스, 디오게네스, 키케로, 세네카, 에픽테투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가 대표적인 스토아주의자들이다. 

 

2. 스토아 철학체계의 특성

 

 스토아 철학은 논리학, 물리학 및 윤리학이라는 세 가지 체계로 분류된다. 윤리학이 가장 상위를 점하는 데 반하여 논리학과 물리학은 그의 예비적 단계를 이루고 있다.

"순리적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이 스토아 학파의 윤리론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즉, 인간이란 이성존재로서의 천성을 타고난 까닭에 순리적 생활이란 인간에게 있어서 곧 '이성적인 생활'과 같은 것이다. 바로 여기에 유일한 덕성도 깃들여 있으며 동시에 유일한 행복도 깃들여 있는바, 결국 이 두 가지 측면은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스토아 학파들은 자연과 윤리를 분리시키지 않았고 도덕적으로 사는 것이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얻는 길이라고 보았다. 키케로는 스토아의 윤리를 역설적으로 요약하기를 "덕행이야말로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일을 당해도 당신은 행복할 것이다. 인생의 모든 부침 속에서도 오래도록 지속되는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덕행이기 때문이다.

 

스토아 철학자에게 있어서는 그 모두(생명, 건강, 소유, 명예 등과 같이 흔히 사람들에게 존중되는 것과 노령, 질병, 빈곤, 예속, 죽음 등과 같이 흔히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단지 '무관심사'로 그칠 뿐이다. 이성을 현혹하는 감정을 뿌리치기 위한 끈질긴 투쟁을 벌이는 것이 인간의 과업이고, 도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와같은 감정을 완전히 극복함으로써, 정신은 열정으로부터 해탈되어야만 하는데, 이와 같은 상태를 스토아 학파에서는 마음의 안정(아파테이아, apatheia)이라고 일컫는다.

스토아주의의 윤리는 완벽한 도덕적 자유 및 도덕적 지배의 상태에 도달하려는 노력이고, 그 노력의 정점에서 주어지는 영혼의 평정상태가 아파테이아인 것이다.

 

3. 스토아 학파의 행복론

 

 보편적인 '인도주의사상'과 또한 그에 못지 않게 포괄적인 '세계시민의 사상'을 고대에 있어서 처음으로 제창하고 나선 스토아 철학자들은 개체적 인격이 지니는 긍지에 넘치는 확고부동한 존엄성과 절대적인 윤리적 의무 이행을 역설함과 아울러 엄격한 금욕주의적 윤리를 예찬하였다.

그들은 개인들끼리의 도덕을 통한 행복감 추구를 표방함으로써 도덕과 행복의 일치를 강조하였다. 이런 점에서는 플라톤의 행복론과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도덕이 폴리스(도시국가)라는 공동체를 전제로 하고 도시국가 공동체의 보존을 목표로 한 도덕이라면, 스토아 학파의 도덕은 서로의 개인적 자유 실현과 행복의 원리로서의 도덕이었다.

 

스토아 학파는 서로가 공유하는 도덕 원리가 우주 자연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지한 자연은 인격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스토아 학파들이 인지한 자연은 스스로 질서정연하다는 것이다. 자연은 모종의 초월적인 법칙이자 내적 원리로서 우리의 삶에 어떤 흔들리지 않는 지표를 던져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우주적 진리를 잘 분별하는 이성적 삶이 행복에 도달하는 길로 보면서, 행복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우주 자연의 법칙을 똑바로 인식하여 철저하게 그것에 따라 부동심(아파테이아)의 상태로 유유자적하게 사는 사람이다. 삶에 연연해 하지 않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근심과 빈부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우주의 진리와 일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이상적인 인생이라고 하였다.

 

플라톤의 이성이 인간의 다양한 내적 욕망을 조화롭게 구현하는 삶을 기본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에서 강렬한 욕망의 요소를 인정하면서 이성에 의해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라면, 스토아 학파의 이성은 자연의 내부에서 흔들림 없이 확고부동하게 그 스스로의 모습을 보존하는 원리로서, 조화를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욕망의 측면을 완전하게 제어 또는 무력화시키는 원리이다. 따라서 스토아주의자들은 감각적 욕망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 그리고 그것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스스로의 유약함과 그로 인한 불행을 뼈저리게 깨닫고 흔들리지 않는 이성의 원리에 따라 철저히 금욕적인 훈련을 수행하여 그야말로 우주 자연의 원리를 완전히 스스로의 삶 속에서 관철해 내는 것, 이것이 곧 진정한 성인(현자)에 이르는 길이자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스토아 학파는 개인의 행복, 자유, 안심입명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각 개인들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식, 도덕감을 갖고 살아야한다고 말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하는 정신을 강조하였다. 스토아주의자들이 말하는 행복은 자기애, 자기 보존본능에 기초한 개인의 행복이었고, 윤리적 생활태도의 목표는 자기완성을 통한 안심입명에 있었다. 이 점이 국가주의적인 도덕감, 의무감까지 포함하여 국민의 행복, 공동체의 행복을 강조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생각, 의지, 미래에 대한 태도에서만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스토아주의자들이 말하는 행복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열린 기회며 어떤 인생의 상황에서도 추구할 수 있고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했다.

행복은 우리가 '내 것으로 가질 수 있는 ' 그 무엇이다. 스토아 사상가들이 선호하는 비유를 들자면, 뱃사람이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그러나 행복 역시 세상사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의 행복은 결코 고통받지 않는다. 행복은 키케로가 말했듯이 우리의 덕행이 지닌 '명민함과 탁월함'에 의존하며, 그 탁월함은 세상의 그 어떤 역경에 의해서도 압도될 수 없는 것이다. 그 어떤 불행도, 운수 사나운 일도 결코 우리의 행복을 망치거나 전복시킬 수는 없다. 자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설령 아무리 많은 불행을 감당해야 한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행복한 사람일 수 있다. 스토아 학파가 말한 행복의 비밀은 행운이 우리에게서 훔쳐가지 못할 것을 소유하는 데 있으며 아무도 훔쳐가지 못하는 이것은 바로 덕행이다.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행복은 레슬링과 같다고 보았다. 행복이란 레슬링처럼 패배시켜야 할 적수를 가져서가 아니라(사실 행복에는 쓰러뜨려야 할 적수가 없다. 왜냐하면 행복은 그 개인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부단히 경계하고 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스토아 학파의 행복론에는 우주 자연의 법칙에 대한 숭고한 믿음과 그에 바탕한 숙명론적이고도 처절한 금욕주의가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참고 및 인용 문헌

1) 이정호 엮음, 행복에 이르는 지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3, pp.77-85.

2) 리처드 스코시(정경란 옮김), 행복의 비밀, 문예출판사, 2013, pp.251-284.

3) 슈퇴락히(임석진 역), 세계철학사 상권, 분도출판사, 1982, pp.249-257.

4) 폴커 슈피어링(정대성 옮김), 세계사를 바꾼 철학의 구라들, 이룸, 2007, pp.8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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