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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행복론 본문

산수호학

러셀의 행복론

산수호학(山叟好學) 2013. 8. 8. 16:45

 

 

 

 

1. 러셀의 생애

 

 2살 때 어머니와 누나가 디프테리아로 죽고, 그의 아버지 마저 18개월 후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조부모 집에서 혼자 가정교사의 교육ㅇ를 받으면서 양육된다. 조부 사망 후 어린 러셀은 엄격한 청교도적인 정신을 가진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연을 벗삼고 고독하게 성장하게 된다.

11세 무렵 형이 기하학을 가르쳐 주었을 때 러셀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첫 사랑처럼 아찔한 체험을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러셀은 평생 네 번의 결혼을 하게 되는데, 첫 번째 결혼의 실패는 이후 그에게 큰 상처로 남는데, 스승이었던 화이트헤드의 부인이 병고를 치르면서도 의연하게 인생의 말년을 맞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큰 감동을 받고 자신의 처지를 이겨냈다고 한다. 그의 평화주의 사상이라든지 자녀들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는 심리적 감수성은 바로 이 시절에 얻은 감성적 체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러셀은 35세에 현대철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수학원리>란 위대한 저서를 발간한다.  제자 비트겐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논리학과 분석철학 분야에 초석을 닦은 러셀은 평생 동안 반전 및 평화주의에 온 힘을 쏟았고, 핵확산 방지를 위한 핵무지 폐지운동에 온몸을 던지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50년에는 그의 저술들이 높은 문학성까지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2. 러셀의 행복의 정복

 

 러셀의 저서 <행복의 정복, The conguest of happiness)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앞부분은 '무엇이 불행을 가져다 주는가'에 대한 내용을, 뒷부분은 '그럼에도 행복은 아직 가능한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러셀은 인간의 불행은 크게 나누어 사회제도와 개인의 심리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개인의 심리상태로서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는 요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러셀은 개인의 심리 상태로서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는 요인으로 바이런적 불행의식, 경쟁심,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 등을 들면서 이러한 것은 우리의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열의와 욕구를 좌절시키는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러셀이 바이런적 불행의식을 일차적인 불행의 원인으로 꼽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염세적 세계관 그 자체가 우선 병이기 때문이다. 바이런적 불행이라는 것은 그 불행감이 자기의 심리적인 내면의 불행의식에 불과한 것임에도, 마치 그것이 우주적 성질에 근원하는 것인 양 크게 확대시켜 형이상학적으로 관조하면서 그것을 즐기듯 자기 자신을 미혹에 빠뜨림으로써 생기는 불행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행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있으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꾸짖어야 하며, 자신의 정열과 흥미를 외부로 향하게 하여 진취적인 자세로 구체적인 행복을 쟁취해햐 한다. 러셀은 적극적으로 불행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것을 객관화하여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성적으로 분별해서 적극적으로 불행을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셀이 두 번째로 제기하는 것은 경쟁심인데, 그는 수많은 불행들이 경쟁심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꿈, 성공, 경쟁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을 하고 경쟁심을 가지고  이기는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힘을 기울이고, 일에 매달리는 대가로 많은 수입을 얻고, 그러한 노력들이 더 큰 수입을 위한 경쟁력으로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 자신의 자유로운 여가와 평화로운 삶이 목적의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질투이다. 질투는 행동의 결정적인 동인임에도 적절히 인지되고 조절되지 않은 채 불행의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랑은 한 개의 눈으로 천 가지를 보지만, 질투는 천 개의 눈으로 하나도 보지 못한다는 말은 질투가 얼마나 인간의 불행의식을 증폭시키는 주범인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러셀은 사람이 어리석게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서 기쁨을 찾지 않고, 타인이 가진 것에서 고통을 찾아내려고 한다고 탄식하면서 질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칭찬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권한다.

 

러셀이 네 번째로 제시하는 것은 죄의식이다. 그는 죄의식이야말로 인간의 삶에 불행을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원인들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죄의식 속에는 기본적으로 비굴함 내지 자존감의 결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은 본래적인 자기 자신의 값어치마저도 자학하고 무시하게 만들어 우리 스스로를 고통에 빠지게 한다고 러셀은 말한다.

 

러셀이 말하고 있는 행복의 정복이란 피할 수 없는 불행, 질병, 심리적 장애, 갈등과 빈곤과 악의로 가득 찬 세계 속에서 개인들을 공격해 오는 불행의 실제적 원인들을 찾아내고 그것과 맞서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다.

 

3. 행복에 이르는 길

 

 폴란드의 철학자 보헨스키는 러셀의 행복론을 과학적 행복론이라고 평한다. 행복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고찰하는 방법에는 행복의 주관적 상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구별하여 좋은 상태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긍정적  접근법'과 개인의 행복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무엇이고 또 그것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부정적 접근법'이 있다. 러셀의 행복론은 이 두 가지 방법론 중 부정적 접근법에 해당된다.

 

러셀이 제시하는 행복의 요소에는 건강과 열의, 서로에 대한 사랑, 일, 균형감을 갖게 하는 비개인적 관심, 생활을 위한 노력, 결과를 받아들이는 체념 등이 있다. 러셀은 "객관적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인 동시에, 자유의 정신과 서로에 대한 사랑, 다양한 관심과 열의를 가진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 규정하면서, 인간다움을 형성하는 요소로 신체의 덕을 대표하는 생명력과 정신의 덕을 대표하는 용기, 감수성 및 지성을 들고 있다.

 

러셀은 행복론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의 행복을 창조할 것인가를 구상해 가면서 인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과 잠재성을 건설적으로 재구성하는 길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인간성의 개선을 통해 행복한 이상적 사회, 즉 지성과 용기를 겸비한 사람들이 이끄는 사회, 굶는 사람이나 환자도 없고, 일은 유쾌하고 적당하며 서로에 대한 동정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회, 공포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눈과 귀와 마음을 위한 기쁨을 창조하는 사회를 추구했던 것이다.

 

러셀은 사람들이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와 희망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자칫하면 부서질 것 같은 자신의 정신을 고무하고 격려하면서, 서로의 삶에 필요한 희망의 윤리를 창조하는데 현대인들의 보람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 또 현대인의 행복도 존재한다고 보았다.

 

 

***출처 : 이정호 엮음, 행복에 이르는 지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3, pp.2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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