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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단상

가정을 지킨 남자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2:17

가정을 지킨 남자

이 이야기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한 남자에 관한 것이다. 

그는 세속적 지식보다는 그 자신이 스스로 깨우친 지혜로 사는 사람이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남의 집 머슴을 살았다고 한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바로 나와 같이 비슷하게 태어나서 같은 하늘아래에서 살면서 머슴노릇으로 젊은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그는 열심히 일한 덕분에 주인에게 신임을 얻게 되고 드디어 한 처자을 만나 결혼하여 부산에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을 마련하고 공장에 취직하여 열심히 살았다. 첫 아들이 태어나고 행복하게 살던 중 부인의 가출이 빈번히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부인을 찾아다녔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였다고 한다.

부산에서 고향으로 낙향한 후에도 부인의 가출사건은 삼한사온의 계절의 주기적 변화처럼 자주 일어났다고 하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으로 대구로 광주로 수소문 하여 찾아다녔고, 어느때는 한달, 또 어느때는 3개월만에 찾아서 집에 데려왔다고 한다. 그 고생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그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부인은 시쳇말로 역마살이 끼어서인지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좋아하여 집에 계속 붙어있지를 못하였다고 한다. 근 10년 넘게 부인의 가출이 주기적으로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그는 자식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깡패들에게 죽도록 맞아가면서 부인을 찾아왔다. 어머니가 사춘기때의 방황으로 가출하는 자식을 어떻게든 지킬려는 간절한 심정으로 대개 부처님이나 하나님께 의지하듯, 그 역시 부인을 지키고 찾기위해서 절에도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지금 그의 부인은 남편과 자식들의 정성과 사랑에 탐복되어 자신의 지난날을 참회(懺悔)하고 함께 가정을 열심히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아내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였다. 그의 부인은 그에게 평생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는 평생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만능 재주꾼이다.
농사(農事)는 기본이고 새, 개, 과실수, 정원수, 분재, 목공, 배관, 미장 등 전문가 이상의 지식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엄마가 가출하고 없을 때 딸아이의 첫 월경(初經)을 발견하고 축하해주기 위해서 조그마한 케익을 준비하고 우리 집사람을 초청하여 딸아이의 여자됨을 함께 축복해주고 기쁨을 나눈 마음 따뜻한 두 아이의 아버지다.

우리가족은 그와 함께 낚시를 가서 고등어를 잡았던 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내 아들에게 강아지를 한 마리 주었는데, 우리집 아이는 `참아라` 라는 이름을 붙여서 무척 귀여워하였다. 그는 나의 공부방을 마련해 주기위해서 사택옆에 조그만 방을 지어주기도 했다.

지금 그는 세상의 그 어느 가족보다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가수 남진의 노랫말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전원주택을 손수 지어서 밝고 화사한 색상으로 집 안팎을 페인트칠하고 마당에 잔디도 입히고 감나무를 비롯한 정원수도 심고 빈터에 고추, 가지, 채소 등을 심어면서 자연과 함께 가족과 함께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관세음보살의 여러 모습 가운데 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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