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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7:17

헬스

어느 일요일, 낚시를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MBC 라디오의 <간강 강좌>를 들어 보니 요통에 관해서 갖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중이었고, 그 무렵 마침 허리를 삐어서 고생하던 필자가 열심히 들어 보니 "헬스 같은 데 가면 하는 허리 운동이 있습니다"라는 끔찍한 안내가 나왔다.

"헬스(hells)"로 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이었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를 않았다. `지옥` 한 곳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도 끔찍하겠지만, `여러 지옥(hells)`을 두루 돌아다니라니, 그냥 참고 견디는 편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한국인이 `r`과 `l`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military look`이 당까마귀가 되어 군복무를 하는가 하면, `th`를 발음하고 표기하기가 불가능해서 멀쩡한 `건강(health)`은 지옥의(hell`s) 지옥(hell)`이 되고 만다.

우리는 "헬스 다이어트" 광고를 자주 접한다. `Hell`s diet`는 `지옥에서 먹는 식단(음식)`이다. 지옥에는 유황불이 항상 타오르니까 아마도 `로스`나 `바베큐`처럼 주로 구워먹는 `다이어트(식단)`가 대부분일 듯싶다.

`헬스 클럽` 광고도 흔하다. `Hell`s club`은 `지옥의 몽둥이`이다. 사람들은 뿔도깨비의 몽둥이도 무섭지 않다면서 `헬스 클럽`을 부지런히 찾아다닌다.
`헬스 클럽`과 비슷한 곳이라고 알려진 `헬스 센터` 광고도 날마다 신문지면에 얼굴을 내민다. `Hell`s center`는 `지옥의 한가운데`이다. 지옥의 언저리만 가도 겁이 날 텐데, 살진 사람들은 부지런히 지옥의 한가운데로 찾아간다. 하기야 그런 곳으로 가야 무서워서 살이 좀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헬스키"라는 요상한 이름의 물건을 파는 광고도 나왔다. `Hell`s key`는 `지옥으로 가는 열쇠`이다. 억지로 끌려가기도 싫은 지옥을 누가 돈을 주고 열쇠까지 사 가지고 가는지 궁금해서 광고 내용을 읽어 보니 `운동(health)을 하면 `키`가 커진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 `헬스키`란다. 제품의 사진을 보니까 영어로 `stretcher`라고 하는 물건 같았다.

"헬스피아"를 선전하는 광고도 나왔다. `Hellspia`는 `지옥의 나라`이다. 요즈음 우리 나라 언론 보도를 보면 정치가들에서부터 사기꾼들에 이르기까지 지옥에 가야 마땅한 사람이 얼마든지 많아서 넘칠 지경일텐데, 그래도 아직 지옥에는 빈 방이 많은가 보다. `헬스피아`회원을 모집한다고 그러니까 말이다.

"헬스 Guijok"이라는 희한한 광고도 나타났다. `귀족(aristocrat)`은 영어로 너무 어려워서 모르겠으니까 그냥 소리가 나는 대로 따라서 영어로 적었다. 어쨌든 영어 알파벳으로 적어 놓기만 하면 멋진 영어가 아니냐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Hell`s 귀족`이라기에 지옥에서 목에 힘을 주고 살아가는 귀족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는데, 광고문에는 영어로 `health in shoes"라는 설명이 따라 나왔다. `구독 속의 건강`이라는 뜻이다. `헬스 Guijok`은 구두의 이름이었다.

<한국일보>의 지면에는 "헬스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라는 제목이 나타났다. 집에서 쉽게 하는 `지옥`은 무엇일까? 걸핏하면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나 아버지가 만들어 내는 공포의 지옥을 의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옥을 판매하겠다는 광고 가운데 "베스트"를 꼽자면 단연 "은성 헬스마트 Best"이다. 그 까닭은 단순히 광고 제목에 `Best`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hells mart`인지조차 분명하지가 않다. `hells mart`라면 작은 지옥, 큰 지옥, 복합 지옥, `맨션` 지옥, `아파트형` 지옥, 연쇄 지옥, 휴대용 지옥, 선물용 지옥, `세트`로 할부 판매를 하는 지옥 따위의 온갖 지옥(hells), 갖가지 지옥을 늘어놓고 파는 장터(mart)이겠다.
`hell smart best`라면, `지옥에서 살아가는 요령을 가장 잘 아는`이다. `street wise`가 길거리나 뒷골목 세상과 생태에 대해서 잘 안다는 뜻이니까 `hell smart` 역시 비슷한 뜻으로 해석이 되겠다.

광고 내용의 첫 줄에서는 이런 선전을 했다.
"휘트니스 트레인 한 대만 있으면 온 가족이 헬스클럽 회원권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운동 효과가 높은 4가지 운동(런닝머신, 노르딕스키, 스텝퍼, 싸이클)을 한 대에 담은 첨단 유산소 운동기구 휘트니스 트레인은..."
`런닝머신`은 앞에서 언급(160쪽)한 바 있으니 그냥 지나가겠지만, `휘트니스 트레인`은 그냥 지나갈 수가 없으니 잠깐 멈춰야 되겠다.
`fitness train`이라면 무슨 기차일까? `몸에 꼭 맞는 기차`인가? 그렇다면 1인용 기차이겠다.

<자료: 안정효, 가짜영어사전, 현암사, 2000, 847-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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