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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1:20

만남

만남을 한문으로는 조우(遭遇)라고도 하고 해후(邂逅)라고도 한다. 영어의 meeting혹은 encounter, 독일어의 begegnung 이다. 독일의 의사요 작가였던 한스 카로사(Hans Carossa,1878-1956)는 인생은 만남이라고 하였으며, 나와 너(Ich und Du)의 저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1878-1965)는 처음에 관계가 있고,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Alles wirkliche Leben ist Begegnung) 라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모자식간, 형제간의 혈맹적 만남 이외에 삶의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만남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와 만남에서 보면, 좋은 만남, 깊은 만남, 잘못된 만남, 위험한 만남, 얕은 만남 등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세상 사람과 어떠한 관계와 만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 나와 너와의 깊고 성실한 만남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나와 너와의 거짓되고 옅은 피상적인 만남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 스스로 반문해보자.

시인이자 수필가인 정채봉씨는 만남을 재미있게 풀이해 놓았다. 그는 가장 잘못된 만남은 - 생선과 같은 만남 - 이라고 하였다. 오래 두고 방치해 놓으면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만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조심해야 할 만남은 - 꽃송이 같은 만남 - 이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피는 꽃 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만남이지만 나중에는 서로의 매력을 잃어 시들어 버리는 만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험한 만남은 - 밧데리 같은 만남 - 이라고 하였다. 힘이 있을 때는 서로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잘 간직하다가 힘이 떨어지면 냉정히 버리는 만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못 맺어진 만남은 - 지우개와 같은 만남 - 이라고 하였다. 서로의 믿음, 우정, 사랑, 약속 등을 무참히 지우개 처럼 지워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주 잘된 만남은 - 손수건 같은 만남 - 이라고 하였다. 서로를 위해 일하다 땀이 나면 닦아 주고 눈물이 나도 서로 아파하고 닦아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의 여러 만남 중에서 특별히 깊고 의미있는 만남이 있다. 부처와 마하가섭의 만남, 예수와 베드로의 만남, 하나님과 야곱의 만남, 공자와 안연의 만남,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만남, 허준과 유익태의 만남, 태조 왕건과 도선대사의 만남, 김유신과 김춘추의 만남, 이성계와 무학대사(혹은 정도전)의 만남, 서화담(경덕)과 황진이의 만남,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만남, 달마대사와 혜가의 만남, 오성과 한음의 만남 등은 혼과 혼의 깊은 종교적 만남, 인격과 인격의 성실한 교육적 만남, 우정과 우정의 두터운 만남, 이성과 이성의 맑은 순애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이수일과 심순애 처럼 비극적 사랑의 만남도 있고 카인과 아벨의 만남 처럼 미움과 미움의 저주스러운 비참한 만남도 있다.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그 사람과의 관계 혹은 만남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것 같다.

인간성이 상실된 채 인간성이 회복이 되지 않는 가치관의 혼동과 파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좋은 부모, 좋은 스승, 훌륭한 제자, 참된 친구, 좋은 남편, 고운 아내, 따뜻한 이웃, 너그럽고 허물을 감싸주는 직장 상사, 직장 동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자식 등을 만날 수 있도록 큰 원을 세워 기도하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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