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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미주와 승우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본문
김하인의 장편소설, 국화꽃 향기는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승우가 대학 1학년 때 대학 영화동아리의 모임에 가는 길에 전철 안에서 머리에 국화향이 나는 3년 선배인 미주를 만나 끝없는 관심을 갖게 되고 6년간의 기다림 끝에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확인한 후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4년만에 아기를 갖게 되었다는 행복과 기쁨 뒤에 미주는 위암 3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미주는 자신을 위한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그들 두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아기를 낳기로 결심하고 뱃속의 아이와 승우와의 마지막 시간을 위해 강원도 속초의 한 폐교로 내려가 병마와 함께 싸우면서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결국 미주는 주미라는 예쁜 딸아이를 낳고 죽는다는 내용이다.
대학 졸업 후 미주는 영화제작자의 꿈을 키워나가고, 승우는 FM라디오 방송국의 팝송PD가 된다. 우연히 길에서 승우는 꿈에 그리던 미주를 만나게 되고, 승우는 방송의 힘을 빌려 미주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나는 매일 온전히 당신의 그리움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오늘도, 어제도, 엊그제도 나는 매일 당신이 사는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하루 해를 보내고 왔습니다. 당신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를 벌써 석 달이 넘어갑니다.
사람들은 대개 말할지 모릅니다. 어리석다고.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아니 당신까지 그렇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 삶이 살아 있는 시간은 당신과 함께할 뿐입니다. 나만의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 집 근처에서 일고여덟 시간을 서성이며 기다리면 당신을 겨우 한두 번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일하다가 슬리퍼를 신고 필요한 것을 사 가지고 돌아가거나 어딘가로 외출하는 시간입니다.
바보처럼 숨어 버린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행복에 겨워 돌아옵니다. 내가 당신 앞에 나서거나 더 이상 전화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나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부담을 느낄까봐 두려워해서 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이 글이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까 두렵습니다.
나는 당신을 은혜하고 고와하며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쉼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내 마음을 받아 주십시오.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 멀고 귀 멀어 버렸습니다. 당신이 내게 지상에 살아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의 여자가 된 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무심함이 내게는 참기 힘든 가혹함이었지만 난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20년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급하게 내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것은 내가 미력하나마 당신을 도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끝없이 추구해야 할 일이 있고 열정과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 혼자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당신이 꿈꾸는 세계를 조금 더 빨리 이루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당신의 일을 사랑하며 당신이 일하는 모습까지 더없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부탁합니다. 나를 남자로 받아 주십시오.
당신이 지금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지, 이미 잠들었는지, 일에 열중하는지,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하지만 나는 틀림없이 내 간절한 마음이 당신에게 전달되리라고 믿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스를 했던 바닷가에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를 본다면, 당신은 내 마음이 그때 그곳에 이미 영원히 붙박여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나의 사랑은 어느 누구라 해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내 사랑은 절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만 뿌리를 박고 살 수 있는 한 그루 나무이니까요.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1권 123-125쪽)
한 남자로서 승우는 미주를 향해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던 해바라기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 `뿌리 깊은 나무` 가 되기를 희망한 승우의 사랑을 미주는 자신의 반쪽이 승우였음을 알고 받아들인다.
미주에 대한 승우의 프로포즈는 요즘처럼 사랑을 마음보다는 몸으로, 기다림보다는 빠름으로 할려는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쉼터를 주는 것같다.
34살이라는 젊고 성숙한 나이에 미주는 31살의 남편 승우와 딸 주미를 하늘 아래 남겨두고 오리온자리를 찾아 하늘 나라로 떠나고 만다.
미주는 승우곁을 떠나면서 "어떤 날..... 어느 날 말이야. 승우씨 혼자 서 있는데......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승우씨 앞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거나......
그래, 어느 순간 공기 속에서 국화 향이 나면 내가 승우씨 옆에 와 있다고 생각해 줘.
그래서 내가 근처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눈을 감고 손을 펴서 가만히 앞을 향해 뻗어 봐. 그러면 뭔가 느껴질 거야. 내가 승우씨 손에 빰을 대고 있을 테니까, 온기든 서늘한 감촉이든 틀림없이 느껴질 거야." (2권 125쪽)
자신에 대한 승우의 진실한 사랑을 죽어서도 함께 하겠다는 간절한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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