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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단상

아버지의 사랑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4:12
영국의 민속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1854-1941)의 저술 <황금가지 The Golden Bough>라는 책에 의하면 아버지 왕(父王)을 살해하는 풍속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실루크족 전통에 따르면 왕자는 누구나 왕과 싸워 왕을 죽이면 즉시 왕위에 오를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었고, 줄루족도 왕이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이 생기면 왕을 처형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 크노소스(크노소스 역시 아버지 우라누스를 죽이고 왕이 되었음)를 죽이고 왕이 되었다. 후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Oidipous Complex : 남성이 부친을 증오하고 모친에 대해서 품고 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로 불리우는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인줄을 모르고 친부인 라이오스를 살해하게 된다.

프레이저가 전하는 이런 주술적, 신화적인 아버지 왕 살해 풍속 외에도 현대에 와서도 인간상실로 인해서 아버지가 자식을 혹은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천륜을 저버리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보험금 때문에 자식이 부모의 집에 방화를 하고, 아비가 자식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 일어나는가 하면, 네팔이라는 나라에서는 세자가 왕과 왕비를 비롯해 8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으로 또는 돈 때문에 부자지간의 천륜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허무는 세태에서 어제(6월 27일) 저녁 KBS1TV 에서 방영된 `자연다큐멘터리-가시고기` 는 우리들에게 부끄러움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5-8cm밖에 안 되는 가시고기에는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등 세 종류가 있다. 이 중 큰가시고기는 연어 처럼 바다에 서식하다 산란기에 민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고, 다른 두 종은 동해안 일대 밀물에 서식하는 담수성 어종인데, 어류 중 유일하게 `둥지`를 만들어 새끼의 부화와 양육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암컷은 수컷이 수초 속에 정성스럽게 만들어놓은 둥지에 들어가서 산란만 하고 사라진다. 이후 수컷은 알이 신선한 산소를 받아서 부화가 잘 되도록 잠 한 숨 안자고, 먹을 것 안먹으면서 지느러미로 끊임없이 부채질을 하고, 때로는 1,000여개의 알들이 신선한 산소를 고루 공급받게 하려고 둥지 밖으로 꺼내고 다시 넣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반복한다. 말 그대로 사랑하는 새끼를 적의 침입으로부터 잘지켜서 알이 무사히 부화할 때까지 불침범과 동초근무 등 주야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강한 부성애로 새끼가시고기의 부화율이 99%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지도 먹지도 못한 수컷 가시고기는 결국 기진맥진한 상태로 둥지 앞에서 죽게 되는데, 알껍질을 깨고 나온 새끼들은 죽은 애비의 육신을 먹고 바다로 나가서 생활하다 1년뒤 수컷이 된 가시고기는 민물로 돌아와서 그 애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눈물겨운 부성애를 발휘하다 죽어가는 삶을 반복한다. 

부성애의 상징, 가시고기를 보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과 사명을 새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내의 고귀함과 소중함도 함께 느낄수 있어 좋았다. 왜냐하면 수컷 가시고기의 역할을 사람은 어머니가 그러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으니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시고기와 같은 사랑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5천년의 역사에서 70,80평생을 보면 너무나 초라하고 짧은데 무얼 가지고 서로 아웅다웅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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