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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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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단상

돈, 거짓말 그리고 다이어트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4:10

체중감량 방법을 둘러싸고 개그우먼 이영자씨와 성형외과 의사간에 벌어진 사건의 본질은 돈과 거짓말로 압축되어 진다.

이씨는 3월에 방송에 복귀하면서 운동(걷기와 달리기)과 식이조절로만 98kg의 몸무게를 62kg으로 무려 36kg이나 줄였다며 기자회견도 하고, 각종 방송에 출연해 "운동만으로만 살을 뺐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출연한 운동방법 등을 담은 다이어트 비디오는 불티나게 팔렸고, 운동만으로 만병의 근원인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살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일시에 심어줬다.

그녀가 다이어트 이후 활동을 재개해 벌어들인 돈은 8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감량한 몸무게 kg당 2,22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그런데, 서울 삼성동 K성형외과 K원장은 지난 2일 "이영자씨는 우리 병원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턱선, 가슴, 팔, 배, 등, 허벅지 등 거의 온몸에 걸쳐 지방흡입술을 받았다. 필요하면 진료 기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 또 "42인치였던 이씨의 허리 둘레가 28인치로 줄어든 결정적 요인은 수술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므로써 운동만으로 살빼기를 했다고 강조한 이영자씨의 기만극에 언론은 물론 일반인은 비난을 붓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비밀은 돈 때문에 공개됐다고 한다. 이씨가 얼굴선을 잡기 위해 사용했다는 `얼굴 밴드`(땡김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수익금 분배를 놓고 서로간에 다툼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지방흡입술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의 지방흡입술은 무엇인가?
지방흡입술이란 피부 밑에 쌓인 지방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말한다. 즉 다시 말하면, 원하는 신체부위를 5mm 정도 절개해 구멍을 내고 흡입봉을 집어넣어 초음파로 지방조직을 녹인 다음 빼내는 수술이다. 
미국 성형외과학회 밀레니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방흡입술로 한 번에 최대로 빼낼 수 있는 피하지방의 양은 5,000cc다. 체중으로 치면 거껏해야 2-3kg 정도이다. 그 이상을 빼면 지방색전증 등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한성형외과학회도 `지방흡입술로는 3-5kg 밖에 뺄 수 없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지방흡입술은 체중 감량 효과보다 체형의 곡선미를 가꾸는 데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비만(체내에 지방 축적이 과다하게 되어 있는 상태)은 운동만으로 치료가 가능할까?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져 있다. 2001년 제11회 유럽비만학회에 각국의 전문가 2,000여명이 참석해서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전신 비만 환자의 조기치료에 운동이 효과적이냐` 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거수 투표를 한 결과, 결론은 `운동은 생각 만큼 비만환자들의 살을 빼는데 도움이 안된다` 였다. 비만 환자가 초기에 살을 빼려고 마음먹으면 우선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무리한 운동은 되레 역효과라는 것이다. 

비만한 사람은 1kg을 감량하기 보다 10kg의 체중을 불리는 것이 쉽다고 한다. 운동요법을 통해서 지방 1kg을 감량하려면 소비되는 에너지(칼로리)와 기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 신체에 분포된 지방 1kg을 줄이려면 7,700칼로리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시간 정도의 운동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약 350-500칼로리가 되는데, 체지방(칼로리를 축적하는 곳) 1kg을 감량하려면 15-22시간의 운동을 해야 가능하다. 이는 전과 동일한 식사 및 에너지를 섭취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하루 1시간 운동을 1주일에 3-5회씩 한다고 가정하면, 1달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 이런한 방법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체중감량에 대한 의지와 목적이 뚜렷하다면 1년 동안 낮은 강도의 운동을 장시간 지속하면 12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유럽비만학회에 참석한 인제대 의대 일산백병원 오상우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30을 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도 비만자`는 심각한 심장질환 등 특정 질환이 없다면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의 개그우먼이 살을 빼기 전 몸무게 98kg에 키 170cm이어서 체질량지수로 계산하면 39.3으로 전형적인 비만체형이었기 때문에 이씨가 운동만으로는 10개월 만에 무려 36kg의 살을 뺐다고 보기 힘들다. 비만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씨는 지방흡입술로 지방세포의 수를 줄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체중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K원장이 의료법 19조(법령에 별도로 규정한 경우르 제외하고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얻은 환자의 비밀을 누설,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해 환자가 고소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에 의한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씨가 세차례에 걸쳐 자신의 병원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불신감, 배신감, 거짓말, 사업을 둘러싼 이익금 분배에 대한 갈등 등 여러 요인이 배태되어 낳은 산물이다. 그리고 이영자씨는 자신이 출연한 다이어트 비디오에 나오는 운동만으로 살을 뺐다고 우긴 그녀를 믿고 살빼기 작전에 순진하게 나선 이들에게 저지런 속임수와 상업적 계산 및 무책임은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영자씨나 K원장 모두 몸을 위한 다이어트를 하기 이전에 마음을 위한 정직하고 깨끗한 다이어트를 먼저 했어야 옳았다. 
다이어트(Diet)는 die(죽다, come to the end of life) 와 treatment(처치, 치료)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위의 두 사람은 자신에 대한 몸과 마음의 잘못된 처치에 의해서 사회적 명성과 부, 명예를 하루 아침에 죽이고 말았다. 좀더 정직하고 솔직했더라면 국민들의 가슴 속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존재(Die Hard)`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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