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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뿌리를 감춰 봄을 피운다 본문
회근보춘(晦根보春), 뿌리를 감춰 봄을 피운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믐 회(晦)자는 속뜻이 감추다, 숨기다는 의미로, 영어의 Conceal 에 해당된다.
송대의 유학자로서,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주자, 1130~1200)의 호가 회암(晦庵)이고, 우리나라에 성리학을 최초로 도입한 안향(安珦, 1243~1306)의 호는 주자를 추모한다는 뜻으로 지은 회헌(晦軒)이다. 또한, 조선시대 성리학의 정립에 선구적 역할을 한 주자의 꼴통,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의 호는 회암의 학문을 추종한다는 의미로 지은 회재(晦齋)다.
이들이 진정으로 감추고 숨기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회오(晦吾) ?
자기자신을 적당히 감추고 숨기는 지혜가 두 발은 대지 위에 머리는 저 푸른 창공을 향해 있는 호모 사피엔스보단 욕망하는 식물에 더 많은 것 같다.
가을에 알뿌리를 심고 추운 겨울에 땅 속에서 자라 봄에 꽃을 피우는 구근식물(球根植物)이 그러하다.
"꽃피는 봄을 가져 오는 건 겨울이니, 간절함으로 견뎌라" 는 충고를 우리에게 온 몸으로 던진다.
무엇에 대한 간절함의 뿌리, 절박함의 알뿌리를 숨기고 내공을 쌓아야 할 때다.
내 마음의 꽃이 필 때 동시에 나도 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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