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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나선생, 논문 한 편 쓰지 본문
나는 학부에서부터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체육학 중 인문사회과학분야, 그 가운데서
체육철학과 체육사상쪽에 관심이 많아 그 쪽으로 교양 및 전공서적을 읽고 배우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박사과정을 다른 동료나 선배들에 비해 다소 늦게 진학한 탓과 졸업 후 사업구상과 실행을 위해선 운동생리학, 스포츠의학 등 체육의 자연과학쪽 지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방향을 돌려 공부했다.
입학해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어느날, 대학선배인 지도교수라는 분이 석사과정생으로 들어온 학생과 나에게 "서로 협조해서 실험도 하고 함께 논문을 작성한 후 크로스체킹 방식으로 서로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려 학회지에 올리면 좋지않겠느냐"의 말만 믿고 실험 피검자(subject)을 구하여 비만군과 대조군으로 구분한 후 트레드밀을 이용하여 장시간 운동을 시키고 그 결과를 간추려서 난생 처음 자연과학분야쪽 논문을 썼다. 같은 시기에 논문을 작성한 후배가 놀란 눈을 하고 찾아와서 하는 말이
"지도교수가 논문공동연구자로 선생님 이름을 빼라고 합니다" 하는 것이다.
물론 나의 논문에도 지도교수의 지시로 후배의 이름을 뺀 채 후배와 나는 각각 지도교수의 이름만 넣고 따로 학회지에 논문을 실었다.
그 당시엔 연구자에 따라 논문 점수(1인 100점, 2인 70점, 3인 50점, 4인 이상 30점)가 얼마나 되는지 정말 몰랐다. 그 사건을 당한 후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도교수는 그 명분으로 손 안 되고 코푼격으로 두 편의 논문에 "무임승차"하여 140점을 얻고 우린 각각 70점만 획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도교수의 최초의 약속대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도교수와 우린 공동연구자로서 각각 100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무임승차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두 문하생의 논문설계와 실험절차방법 등에 대한 지도를 제대로 하였을까? 대답은 무책임, 무관심, 무능력이란 3무(無) 그 자체였다. 또한, 논문게재료는 공동부담했나? 10원 한 푼 내지 않았다.
문제는 논문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도교수로서의 도덕적 자질과 인격이다.
문하생을 목적이 아닌 논문 무임승차의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그런 지도교수
밑에서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고 궁지에 몰리게 되면
따르던 부하도 살기위해선 지도자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난 사고하고 행동했으며, 더 이상의 교육사기를 용인하지 않았다.
결국 지도교수의 입에서 "나선생, 지도교수를 바꾸지"란 말을 듣고 그렇게 하고
어렵게 졸업을 했다.
대학교수가 되어 지금 회상하니 참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다.
지식만 전달하는 낮은 레벨의 교수(敎受), 학자적 양심은 상실한 채 제자의 논문에 무임승차하는 지도교수가 아닌 문하생들에게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인간적으로 인정을 받고 그들의 입과 마음에서 지도교수에 대한 존경의 표현인 "선생님"이란 호칭을 많이 듣는 참되고 바른 스승이 대학사회에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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