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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노인은 암보다 고독을 더 무서워한다 본문

금재단상

노인은 암보다 고독을 더 무서워한다

산수호학(山叟好學) 2013. 10. 22. 21:00

 

 

 

 

 

 

 

"노인은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고독으로 인해서 죽는다."는 말을 어느 모임에서 듣고 많이 공감했다.

힘없고 소일없어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찾아주는 이 뜸하고 불러주고 알아주는 이 없으니 인생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는가?

외로울 고(孤)에 홀로 독(獨)으로 구성된 고독(Solitude)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뜻한다.

얼마나 처량하고 고독하면, 노인회장 선거에 당선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겠는가? 소속감, 인정의 욕구가 충족될 뿐만 아니라 적든 많든 약간의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매일 찾아오고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고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이니 말이다.

 

문제는 할머니보단 할아버지들이 더 많이 고독을 느끼고, 고독에 스스로 빠질 수 있는 생활자세와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회관과 경로당 같은 곳에 가보면, 할머니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함께 노시고 웃으시고 이야기 하시고 식사도 같이 하신다.

반면에 할아버지들은 '따로 국밥'처럼 각자 따로 떨어져 지내신다. 남과의 어울림과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자세가 엿보인다.

요양병원, 요양원도 마찬가지다. 치매 등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시면서도 같은 병원, 같은 병실을 쓴다는 인연으로 할머니 환자들은 함께 웃고 함께 말다툼하고 같이 노시고 지내신다. 할아버지 환자들은 동무없이 혼자다. 표정도 밝지 않으시고 웃는 얼굴은 가뭄에 콩나듯이 보기 어렵다. 늘 무표정에 화나신 얼굴같다.

보건소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생활체육협의회 등에서 주관하는 어르신 건강 강좌에 초빙되어 노인대학, 마을회관, 경로당, 병원 같은 곳에 가도 마찬가지다. 할머니들은 문자 그대로 적극적, 능동적, 긍정적 참여형이시다. 할아버지들은 강사에서 멀리 떨어져 각자 앉으시고 소극적, 수동적 자세로 일관하신다. 아주 비협조적인 인상을 남기신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C. Jung)은 남성에게서는 여성적인 면, 즉 아니마(anima)가 있고, 여성에게는 남성적인 면, 즉 아니무스(animus)가 있다고 했는데, 한국의 할아버지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유교풍습의 쇠퇴와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의해서 설 곳을 잃은 할아버지들이 암보다 무서운 고독이라는 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과 방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먼저, 신문과 책 그리고 친구를 가까이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녀와 손자들에게 우리 할아버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는 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두어야 하고, 나이 적은 사람과 점심식사를 하게 되면 '늙은이에게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밥값을 흔쾌히 지불하는 멋진 할아버지가 되셔야 한다.

다음은 은은한 미소(half smile)와 웃는 얼굴로 인상 좋은 모습의 할아버지로 거듭 나시도록 노력하셔야 한다. 웃는 얼굴에 친구가 침뱉는 일 없을 것이고, 은은한 미소는 손자 손녀 아들 며느리 친구들을 할아버지 주위로 끌어들이는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자세로 매사 적극성을 띠시고 사셔야 한다. '긍정적인 자세는 어떤 학위보다, 어떤 업적이나 상장보다, 더 나아가 그 어떤 환경이나 성공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1% 행운>의 저자, 잭 캔필드 등은 말하였다. 매사를 밝고 건강하게 보는 긍정적인 생각과 삶의 자세와 태도 앞에는 고독이 봄 눈 녹듯이 할 것이다.

 

"노인 한 사람이 쓰러지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은 노인이 가진 삶의 지혜가 그 만큼 귀중하고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노인을 공경하고 지혜를 인정하는 풍습은 영원히 변치 않아야 할 것이고, 삶의 경험과 안목을 깊이 간직하신 어르신들이 고독이라는 병을 현명하게 벗어나시길 바란다.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대하지 마시고 어디를 그리고 누구를 찾아가는(outreach) 적극적인 할아버지가 되셔야 하고, 나아가 '누군가가 내 끼니를 해 주겠지' 하는 대접받을 생각보단 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옆에 계신 친구나 할머니에게 된장찌개를 해 드리는 멋쟁이 할아버지에게는 고독이라는 병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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