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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노힐부덕과 달달박박 본문
노힐부덕과 달달박박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신라 성덕왕 때의 사람으로 불심이 대단한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불교를 신봉하는 같은 도반으로서 의좋게 지내면서 함께 수도정진에 힘썼다.
그러던 중 노힐부덕과 달달박박은 일생일대의 내기를 하게 된다. 그것은 누가 먼저 도를 닦아 부처가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노힐부덕은 백월산 남쪽에 움막을 짖고, 달달박박은 북쪽에 움막을 마련하여 각자 부처가 되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정진에 들어갔다.
수행에 들어간지 몇년이 흘렀다. 비가 많이 내리는 어느 여름날 저녁에 미색의 젊은 여인이 비를 흠뼉 맞은 채 추위에 떨면서 달달박박의 움막에 찾아와서 잠시 쉬어가기를 간청하게 되었다. 달달박박은 노힐부덕이 미모의 처녀를 보내 자신을 유혹하여 미색에 빠뜨림으로써 내기에 이길려는 속셈으로 생각하고 냉정히 거절하고 돌려보내게 된다. 모르는 척, 미안한 척 하면서 그 처녀에게 남쪽으로 가면 나와 같은 움막을 치고 수행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곳으로 가면 자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
처녀는 하는 수 없이 발 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어두운 밤길을 헤맨 끝에 드디어 노일부덕이 머무는 움막에 도달 할 수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비를 맞아 거의 여체가 다 들여다 보이는 여인이었지만 노일부덕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비의 마음으로 그 처녀를 맞아들이고 따뜻한 아랫목으로 모셔 쉬게 하였다.
노힐부덕이 돌아앉아 경을 읽고 있는 데 갑자기 그 처녀가 산통을 호소하면서 애를 낳아야 하니 밖에 나가서 목욕물을 준비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노힐부덕은 이상히 생각하면서도 불을 지펴 물을 데워서 목옥물을 마련하였다. 잠시후 안에서 목욕물을 가지고 들어오라는 여인의 목소리에 노힐부덕은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것인가? 처녀와 아기는 보이지 않고 벽 중앙에 관세음보살이 빛을 발하면서 서 계신 것이 아닌가. 깜짝놀란 노힐부덕이 엎드려 절하자 관세음보살이 말씀하시기를 노힐부덕아 일어나거라. 하늘에서 네가 부처가 되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수도정진하는 너의 가륵한 마음을 보았느니라. 내 너에게 부처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화현하여 내려왔는니라. 네가 나를 위해 준비해온 그 목욕물에 몸을 담그면 부처가 될 것이리고 하였다.
노힐부덕이 자신의 몸 전체를 담그게 되자 문수보살이 되어 관세음보살 옆에 서있게 된다. 다음날 아침, 달달박박은 게임은 끝났다고 쾌재를 부르면서 노힐부덕이 있는 남쪽움막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그런데 움막 안에는 노힐부덕은 온데 간데 없고 벽 중앙에 두 분의 부처님이 서 계신 것이었다.
문수보살이 된 노힐부덕은 간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자신이 남겨놓은 물에 몸을 담그면 부처가 될 것이라 일러주었다. 그러나, 달달박박은 하반신만 담글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관세음보살의 은덕으로 보현보살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옛 부터 전해내려오는 하나의 일화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몇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부처가 되는데도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공부하는 마음보다 남을 위해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복이 내린다는 것이다.
셋째, 지극정성으로 수도정진에 임하면 하늘도 감응하여 소원성취를 돕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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