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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아버지와 아들 본문
아버지와 아들
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농부인 아버지와 두 아들이 있었다. 가난한 아버지는 자식 둘을 다 공부시킬 수 없어 작은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짖고 큰 아들을 서울로 보내어서 공부시키기로 결심하게 된다. 아버지와 동생의 헌신적인 희생과 뒷바라지에 힘입은 아들은 명문대 법대에 진학하게 되고 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아버지는 한편으로는 세상 그 어느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형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학업을 접은 채, 수십년 동안 농사일로 인해 도저히 손과 발이 사람 것이라고는 믿기질 않을 만큼 변해있는 작은 아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 때문에 괴로와 했다.
몇년이 지난 어느날, 서울에 있는 큰 아들로 부터 한 통의 편지와 사진을 받게 된다. 결혼했다는 소식과 함께 자신의 며느리가 된 여자의 결혼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망연자실하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로 부터 또 몇년이 흐륹 어느 추운 겨울날에, 아버지는 더 이상 작은 아들의 고생을 참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없어 큰 아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보내 온 편지의 주소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서 아들의 집으로 찾아간다. 분명 자신의 며느리 같은 여자가 시아버지임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아들이 아직 직장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고 문전박대하여 냉정히 돌려보낸다. 추운 날씨와 쓰라린 가슴의 이중고를 안고 아버지는 인근 여인숙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뒤 몇번이나 아들을 찾아가서나 번번히 며느리에게 박대를 당하고 만다. 뭔가를 굳게 결심한 아버지는 눈 내리는 이른 새벽에 아들의 집 앞에서 장성 처럼 서서 꼼작않고 기다린 결과 드디어 츨근하는 큰 아들을 만나게 된다.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상경하셨다는 사실 조차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차에서 황급히 내린 아들은 머리 숙여 사죄하였으나, 아버지는 냉정히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 나는 당신과 같은 아들을 둔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당신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나와 내 아들이 삶의 전체를 희생하면서 당신에게 준 학비를 돌려받고자 할 뿐입니다. 당신을 위해서 자신의 학업과 꿈은 물론 인생을 흙에 묻은 내 불쌍한 아들에게 그 돈을 돌려주고자 합니다. 계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큰 아들은 아버지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은 의절하였다고 한다.
참 슬픈 이야기이다.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로서 잘못된 인연과 만남으로 맺어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몇해 전 서울방송(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 형제의 강- 이라는 주말 드라마가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지와 사랑에서 지를 상징하는 나르치스와 같은 이기적인 큰 아들과 사랑을 상징하는 골드문트와 같은 가슴 따뜻한 작은 아들을 비롯하여 오직 큰 아들만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는 아버지, 어떠한 힘도 쓸 수 없는 어머니,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학교 이상의 학업을 강제로 포기당해야 하는 딸 등이 엮어가는 내용의 드라마가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한 적이 있었다. 이들 가족 또한 서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잘못된 만남이었다.
공교롭게도 지금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주말드라마, 덕이에서도 귀진이, 귀덕이, 아버지, 어머니, 오빠와 같은 사람들은 현생의 위험하고 잘못된 만남 때문에 서로 고생하고 괴로와 하고 있음을 본다.
이처럼, 우리 생활주변에 드라마와 같은 너무나 가슴아프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잘 살고 못 살든 간에 아버지를 하늘 처럼 공경하고 존경하는 아들이 더 많음을 나는 본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아버지 또한 많음을 본다. 참되고 거짓이 없는 성실한 만남, 피와 피로서 맺어진 좋은 만남인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은 영원히 보존되고 길이길이 지켜나가야 할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 부모님이 나를 낳으시니, 사랑을 잇는 것이 이보다 큰 것은 없고, 임금과 어버이가 계시니, 은혜의 두터움이 이보다 중한 것이 없다. 이러므로, 그 어버이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하겠고, 그 어버이를 공경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공경한다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하겠다 - 고 하였고, 맹자는 말하기를, - 세속에서 이른바 불효라는 것은 다섯 가지이다. 팔다리 놀리기를 게을리하여 부모님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 첫째의 불효요, 장기와 바둑을 즐기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님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 둘째의 불효이며, 재물을 좋아하고 처자만 사랑하여 부모님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 세째의 불효요, 눈과 귀의 요구대로 방종히 하여 부모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 네째의 불효이며, 용맹을 좋아하고 싸우며 사나워서 부모님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다섯째의 불효이다 - 라고 하셨다.
- 나재철닷컴 -
http://www.najaech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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