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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열두달 명절 이야기 본문

금재단상

열두달 명절 이야기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3. 23:27


열두달 명절 이야기

먼 옛날엔 하나하나 마다 깊은 의미들이 담겨있던 명절이 요즘에는 그저 노는 날로 기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이 생각의 속도 만큼 정신없이 변화되고,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명절의 뜻을 잊고 살기 쉽지만 그래도 지켜져야 할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명절로는 설날,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유두, 칠월칠석, 추석, 중양절, 동지, 섣달 그믐 등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새해 첫 번째 날인 음력 1월 1일은 설날이다. 설날 아침에 입는 새 옷을 설빔이라한다. 설빔을 입고 상을 차려 (이 때 밥 대신 떡국을 올린다)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절을 하며 인사를 드리는 것이 차례이다. 차례가 끝난 다음에는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부터 큰 절로 새해 첫인사를 드린다 그절이 바로 세배이다. 세배를 할 때 웃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주고 받는 말이 있는데 이를 덕담이라고 한다.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떡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새해 첫날 아침에 먹는 떡국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 외에도 병 없이 오래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새해 첫 날인 설날은 하루종일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나누며 즐기던 우리의 명절이었다. 

음력 1월 1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대보름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일년 중에서도 첫번째 찾아오는 정월보름을 더욱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 아침에 영양소가 쌀 보다 수십배나 많이 들어 있는 땅콩이나 호두를 아이들에게 미리 먹임으로써 일년 동안 피부병에 걸리지 않게 하였는데, 이를 `부럼까기`라고 한다. 부럼에는 두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하나는 딱딱한 껍질로 된 과일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부스럼의 준말로 피부에 생기는 종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보름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해가 뜨기 전에 이웃집을 찾아서 자기의 더위를 남에게 넘겨주는 재미있는 풍속인 `더위 팔기`를 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치면 상대방이 자신의 더위까지 모두 사가는 것이 되었다고 믿었다고 한다. 

정월대보름날은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 등을 넣어 지어 만든 오곡밥과 반찬으로 묵은 나물을 삶아 먹었다고 한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던 것처럼 우리 어머니들은 묵은 나물 하나하나에도 지난 해 가을부터 대보름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니 그 정성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겠다.

정월대보름 밤에는 뒷동산에 올라가 다 같이 달맞이를 하면서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또 대보름 밤에 마을사람들은 모두 거리에 나가서 큰 다리 위를 자기 나이 수 만큼 건너면 일년 동안 다리에 병이 생기지 않고 건강해진다고 믿음으로 `다리 밟기`를 했다고 한다.

대보름날에 개한테 밥을 주면 그 해 여름에 개가 마르고 파리가 들끓는다고 생각했고,또 달이 점점 줄어들어 초승달이 되는 것은 개가 달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믿어서 개에겐 밥을 한끼도 주지않고 굶겼다고 한다. 우리 속담 중에 `개보름 쇠듯한다` 또는 `보름 날 개 팔자`라는 말은 대보름날의 개처럼 몹시 굶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한식은 동지가 지나고 1백 5일째 되는 날로서, 양력으로는 대체로 식목일과 비슷한때인 4월, 5, 6일 쯤 된다. 한식(寒食)은 `찬밥을 먹는 날`이라는 뜻이다. 한식은 농사와 관계가 깊은 날로서, 농가에서는 이 날을 일년 농사의 처음으로 생각하여 이 날을 기준으로 채소씨를 뿌려 새해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한식날에는 농촌에서 한창 씨를 뿌릴때이기 때문에 특별한 놀이는 하지 않고 조상의 묘를 찾아가 차례를 지내고 성묘(묘를 찾아가서 보살피는 것)를 하면서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중국 춘추 시대 진나라 문공은 홀어머니와 함께 깊은 산 중에 숨어 지내는 충신 개자추를 불러 내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르지만 개자추는 어머니와 함께 버드나무 밑에서 불에 타 죽고 만다. 이 후 문공은 불에 타죽은 개자추의 충성심과 슬픈 넋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지피지 않고 찬밥을 먹게 한데서 한식날이 유래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이다. 단오는 다른 말로 술의 날 또는 수릿날 이라고 한다. 술의 혹은 수리는 우리말로 수레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옷날 먹는 떡을 `술의 떡 또는 수리떡`이라고 한다. 단오에는 여자, 남자 할것 없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는데, 그네뛰기는 운동을 할 수 없었던 여자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이였으며 씨름은 남자들의 신나는 놀이였다. 그리고 단옷날에는 남,녀 모두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므로써 위생적인 면 외에도 나쁜 귀신과 질병을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단옷날에는 앞으로 닥쳐올 더위에 대비해서 부채를 서로 선물하는 풍습도 있었다. 이 밖에도 단옷날에는 나뭇가지를 쳐 내거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고 더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와 같은 풍습 또한 있었다.

일년 중 가장 더운 계절인 음력 6월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명절이 유두이다. 유두는 수두라고도 하는데 수두는 물마리라는 말이고 훗 날 물맞이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 유두는 여자들한테 일년 중 단 하루뿐인 여름휴가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 옛 선인들은 유두날에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얽혀있는 음력 칠월칠일이 칠석날이다. 견우와 직녀는 까마귀와 까치가 서로 몸을 이어 만든 다리(오작교)위에서 일년에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날이 바로 칠월칠석이다. 칠월칠석 무렵은 바쁜 농사일이 어느 정도 끝나고 지루하던 장마가 끝날 무렵이며 극성스럽던 무더위도 한풀 꺽이는 때이다. 이 때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은 여름 내내 입었던 옷들을 깨끗이 빨아서 햇볕에 널어 말리고 책도 들고 나와 햇볕에 말리고 바람을 쐬게 했다고 한다. 칠석날에는 새로 난 고추와 가지, 나물 등을 무쳐서 먹기도 하였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우리의 큰 명절이다. 추석을 다른 말로 한가위라고 부른다. 한 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가위라는 말은 신라때 길쌈(실을 짜는 일) 놀이인 가배에서 온 것으로 후에 가위라는 말로 변하게 된것)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에서 온 것이다. 즉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한 해에 거둬들인 것을 보고 드리기 위해서 추석날 아침에 새로나온 과일과 곡식으로 차례상을 차려 조상들께 제사를 드렸고, 차례가 끝나고 나면 아침을 먹은 후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했다. 차례와 성묘를 마친 후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강강수월래, 씨름대회, 활쏘기 대회, 농악, 거북 놀이 등 많은 놀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명절 추석은 즐겁고 신나는 날인 동시에 그런 즐거움을 얻은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은 날이었다.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이다. 중양절은 다른 말로 `중구일`이라고도 한다. 중양절에는 산과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로 빚은 술(국화주)과 국화전을 먹으며 하루를 즐기던 신나는 명절이었다. 중양절은 국화의 계절이면서 또 단풍의 계절이기도 하고 철새가 제비에서 기러기로 바뀌는 날이기도 하다. 중양절은 무르익은 가을을 마지막으로 즐기기 위한 명절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지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아세라고도 했다. 아세란 `작은 설`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말이다. 동지는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뜻이기 때문에 다음 해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동짓날 풍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다. 동지 팥죽을 쑤어 먹으면 나쁜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옛 조상들은 동짓날에 팥죽을 먹지 않으면 귀신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쉽게 늙는다고 믿었고 또 잔병은 많이 생겨서 일년 내내 몸이 불편해진다고 생각했다. 

섣달 그믐날은 일년의 마지막날이면서 새해를 맞기 하루 전날이기도 하다. 이날은 지난 한 해 동안 했던 것을 모두 마무리하는 날이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옛날 우리 조상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싶은 소망에서 집안 대청소도 하고 집안 곳곳에 밤새도록 불을 환하게 켜 놓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해지킴)고 한다. 
섣달 그믐에는 묵은 세배, 부엌귀신 맞이, 해지킴, 대불 놓기(또는 폭죽)와 같은 재미있는 풍습이 있었다. 묵은 세배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그동안 무사히 잘 보냈다는 것을 알리는 인사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멋있고 예의 바른 민족이었다. 부엌귀신 맞이란 음력 12월 25일이 되면 각 가정의 부엌안에 살면서 집안을 살펴주던 부엌귀신이 하늘나라로가서 자기가 사는 집 사람들이 한 짓을 하느님께 보고 드린 후에 섣달 그믐날 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 때 사람들은 부엌귀신이 길을 잃지 않고 제자리로 잘 돌아오라고 집안 곳곳에 밤새도록 불을 환하게 켜 놓는것을 말한다. 대불 놓기(혹은 폭죽)이란 자정 무렵 마당에 불을 피운 뒤 푸른 대나무를 태우는데 이 때 대나무 마디가 탈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집안에 있었던 잡 귀신들이 놀라서 달아나기 때문에 깨끗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섣달 그믐날은 다음 날인 새해 첫날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장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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