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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달마의 그물 본문
달마의 그물
석가모니의 염화미소로 부터 탄생한 선(禪)은 마하가섭에게 전해지고 그 뒤로 쭉 27대까지 이른다. 그리고 28대인 보리달마가 선의 특수 사명을 띠고 서기 527년 양나라 대통 원년에 배를 타고 동쪽인 중국으로 와서 그는 중국 선종의 1조가 되고 혜가, 승찬, 도신, 홍인을 거쳐 6조 혜능에 이르러서야 중국 선종의 진정한 모습이 갖추어지게 된다.
527년 10월 1일 달마조사는 양무제의 초청으로 수도 남경에 오지만, 보리달마는 양무제와 인연이 아님을 알고 장강을 건너 하남의 숭산 소림사 토굴에 들어가 무려 9년간 면벽수행에 들어간다.
신광(神光)이라는 중이 도를 구하기 위해서 전국을 배회하던 중 소문을 듣고 태화 10년 12월 9일에 달마대사가 있는 숭산 소림사 토굴로 찾아온다. 그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어면서 밤새도록 꼼짝하지 않고 서있기만 하였다. 인기척을 느낀 달마대사가 드디어 9년만에 입을 연 것이었다. - 그대는 대체 뭘 바라길래 눈속에 서있는가 ? - 정법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신광이 대답하자, 구도하려면 무한한 시간동안 참선해야 하거늘 나약한 정신상태와 결심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하면서 달마는 일언지하에 냉담하게 거절한다.
신광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오직 구도을 위한 일념 하나로 자신의 팔 한쪽을 잘라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피비린내와 절제된 신음소리에 달마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핏덩어리가 된 신광의 팔은 눈밭에 나뒹굴고 있었고 그의 팔에선 선혈이 뚝뚝 눈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신광은 결연한 의지로 말하기를, -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저를 안심시켜 주십시오 - 라고 하자 불안한 그 마음을 내놔라, 그렇면 안심케 해주마. 라고 달마가 응수하자, 오래토록 찾았으나 마음을 찾지못했습니다. 라고 신광이 말하니, 달마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러면 됐다. 이제 마음이 편안하냐? 신광은 비로소 달마의 가르침을 알아듣고 예를 다하여 절을 올린다.
이렇게 해서 달마는 신광을 제자로 삼고 지혜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뜻의 이름으로 혜가(慧可)라는 법명을 내려주게 된다.
보리달마는 목숨과 깨달음을 맞바꿀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제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방편으로서 숭산 소림사 토굴에 들아앉아 9년간 면벽수행이라는 그물을 치고 있었던 것이고, 중국 선종의 제 2 대조가 된 혜가는 자신의 팔 한쪽을 잘라내고 달마의 가름침을 얻은 사람이다. 이 때 그의 나이는 마흔 살이었다. 이 후 소림사 승려들은 한쪽 팔을 내주고 깨달음을 얻은 혜가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서 한손으로 불자들에게 예를 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 마음을 부숴버리지 않으면 자신을 보지 못한다 - 이것은 달마의 위대한 가르침이고 이 시간 고해의 바다에서 헤매이는 중생들이 달마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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