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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우선순위 본문
나의 지인(知人) 중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배우는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과 향학열로 끊임없이 새로운 과정에 도전하고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정신을 소유하고 있는 선생이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강의를 받으러 가는 도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 부터 부음을 전해듣고 고인의 빈소에 들려보는 것이 오늘 듣기로 예정되어 있던 강의에 참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함을 느껴 담당교수에게 사정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얻은 후 문상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주 강의시간의 첫머리에 담당교수가 마치 그 선생에게 하는 얘기처럼 이렇게 말씀했다고 한다.
"박사과정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연구하기도 바쁠텐데 진작 중요한 강의에는 출석하지 않고 개인의 볼 일을 먼저 보는 학생이 있어요. 이런 학문적 자세와 정신으로 무엇을 배우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꼭 저번 주에 지인의 부친에 대한 문상으로 인해 강의에 참석하지 못한 자신에게 하는 얘기로 들려 수업 중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삶을 살아가고 배우면서 여러번 들을 수 있는 수업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강의에 참석하는 것이 우선순위인가? 아니면 지인이나 친척의 부음을 듣고 일생에 한 번 밖에 찾아뵙지 못하는 문상에 대해서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 우선순위인가?
그 선생은 후에 담당교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박사과정은 내가 배우고 듣고 싶어서 들어왔기 때문에 피치못할 개인사정으로 강의에 못들어올 수도 있고, 다음의 수업시간에 참석해서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수도 있지만, 일생에 한 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문상은 사람으로서 가고 아니 가고를 결정해야하는 선택사항이 아닌 사람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내 비록 공부하기 위해서 박사과정에 들어왔지만, 수업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사람의 도리를 먼저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수님께 사전에 양해까지 받고 문상한 것인데, 저번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이렇게 몇마디 말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사람을 만나든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 해야 할 것이 있게 마련인데, 우선순위를 바로 보고 올바로 잡아나가면서 사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강의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열정적인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에 대한 감사와 배려하는 마음이 강의에 앞서 우선순위를 새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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