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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월드컵과 보신탕 본문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단오의 수리취떡, 추석의 송편과 함께 복날 개장국이 신라의 세시음식으로 사랑받았다는 기록으로 볼 때 그보다 훨씬 전부터 개고기를 먹었던 것 같다.
중국인도 개고기를 즐긴다. 사기(史記)에 보면 `진덕공 2년 삼복에 제사를 지냈는데 성안 사대문에서 개를 잡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한(漢) 고조 유방(劉邦) 휘하의 맹장으로 힘이 천하장사였던 번쾌(樊쾌)가 개백정 출신이었다니 우리나 중국이나 개고기 역사가 길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리와 친숙한 `개고기 문화`에 서양사람들은 딴죽을 걸고 나선다. 엊그제 뉴욕의 한 TV에 `미국에서도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는가 하면 프랑스 국영방송은 우리 보신탕 문화를 비꼬는 코미디물을 내보내 교민사회가 들끓고 있다고 한다. 뉴욕 한인식당에서 팔았다는 개고기가 실은 미국 미식가들도 먹는 코요테 고기였고 프랑스에서는 한국인 초청자의 반론이 잘린 채 방송이 나갔다고 하니 `의도적 오보`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왜 개고기 얘기만 나오면 질겁을 하는가. 서양에선 초등학생에게 가족 이름을 물으면 으레 애완견 이름까지 댄다고 한다. 이처럼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보는 그들 눈에는 동물학대로 보일지 모르지만 애완견이라면 또 모를까, 식용으로 키운 개의 고기를 먹는 우리 문화는 그들이 말고기 양고기를 먹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프랑스가 자랑하는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 야말로 동물학대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거위 주둥이에 깔때기를 꽂고 억지로 옥수수를 먹여 간을 원래 크기보다 10배 이상 부풀린다니 그 고통이 오죽할까.
1988년 서울올림픽때만 해도 국제동물보호단체 등이 `개고기 문화`를 문제삼는 바람에 보신탕집이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시나 월드컵조직위 모두 "다른 나라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버렸다고 한다. 독일 유력지도 우리편을 들고 나섰다니 원군도 생긴 셈이다. 하긴 요즘 보신탕집에 외국인도 심심찮게 드나드는 것을 보면 더 이상 주눅들 필요는 없을 성 싶다.
<자료 : 동아일보 횡설수설, 최화경 논설위원, 200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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