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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본문

금재단상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산수호학(山叟好學) 2009. 2. 4. 11:52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의 저자 헨리 그룬왈드(Henry Grunwald)는 오스트리아 태생 유대인으로 소년기 사환으로 입사해 20년간 타임지 편집인을 역임한 전설적인 언론인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도 역임했다.

1992년 어느날 오후, 그는 아내 루이스와 피렌체 여행 도중 테이블에서 유리병을 집어 컵에 물을 따르다 그만 엉뚱한 곳에 물을 붓는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룬왈드는 황반변성증(黃斑變性症)이란 병의 초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황반변성을 안고 사는 것은 반쯤 너울을 쓰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황반(yellow spot)이란 안구를 내측에서 보았을 때 망막의 안저후극부 거의 중앙에 있는 다소 황색을 띤 부분인데, 시력, 색각이 가장 강한 곳이다. 황반에서는 시세포(시세포)가 잘 발달되어 있다. 

그룬왈드는 바로 시력에 관계하는 망막에 있는 작은 부위인 황반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정밀검사 결과에서 왼쪽 시력은 법적으로 시각 장애로 규정한 수치보다 한참 아래였고, 오른쪽 눈은 거의 정상인 20/30 수준이었지만 앞으로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읽기와 쓰기는 그의 기쁨의 원천이자 생활의 일부로,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는 그러한 심정을 이 책 92쪽에서 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낙심시키는 부분은 읽기와 쓰기이다. 읽기와 쓰기를 숨쉬기처럼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로 여기며 평생 살아온 나이기에, 이제 읽기와 쓰기를 제대고 못하니 숨쉬려고 발버둥치는 그런 기분이든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내일 장님이 된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보려 하지 않고 익숙한 것을 다시 돌아보기로 한다.

이 책에서 그룬왈드는 눈이 흐려지는 아쉬운 현실과 동시에 지혜와 통찰력이 밝아지고 혜안의 눈을 얻어가는 이야기를 가슴뭉클하게 전개해 간다. 오히려 시력을 잃고 나서야 혜안의 눈을 얻게 되었다는 말이다.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낸 몇 년 동안, 나는 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시력이 슬금슬금 저하되기 전까지는 보는 걸 당연시했지만, 요 몇 해 사이에는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대단한 선물임을 배우게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 속에서 살면서 신체의 부자유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9쪽)

양쪽 눈의 시력이 정상일지라도 오늘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냉철한 비판정신을 상실하고 기본적인 것을 배워야할 것에 대해 게으름과 권태로 일관한다면 그러한 사람은 황반변성의 중증환자일 것이다. 



마음으로 보고 배우는 사람은 두 눈 이외에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을 가진 이가 될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네 마음의 모든 것을 버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마음을 단련시키는 여덟 노래"

지고의 목적을 달성하므로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보다도 뛰어난 
모든 지각 있는 존재를 
난 늘 가장 사랑스럽게 품으련다.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는 
나를 가장 낮은 자리에 둘 것이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그들을 사랑하고 가장 높게 보련다.

나와 다른 이를 위험에 빠드리는
망상이 나타나는 순간, 
지체 없이 당당히 맞서
망상을 없애련다.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행위와 번뇌에 짓눌린 
사악한 존재를 만나거든,
귀한 보물이라도 얻은 양
그들을 아끼련다.

다른 이들이 시샘해서 
나를 욕보이고 모욕하더라도 
나는 패배를 인정하고 
다른 이에게 승리를 주련다.

내가 은혜를 베풀고 
내가 큰 소망을 가졌던 자가
내게 해를 입힐지라도
그를 성스러운 영혼의 친구로 여기련다.

지각 있는 존재들, 내 어머니들에게 직접 간접으로
모든 은혜와 행복을 바치고 
그들의 해로운 행동과 번뇌는 
은밀히 내가 짊어지련다.

그들이 여덟 가지 불경한 근심에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모든 것은 망상인 것을.
하여 모든 이가 속박에서 놓여나 자유로워지기를.
<달라이 라마> 


나재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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