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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설화(錦載屑話)
살충제 계란 먹어, 말어 ? 본문
2억 5천만 명의 미국인의 입맛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하루에 소는 7천 마리, 닭은 3억 마리가 도살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공장식 사육에 의한 공급체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육방식으로 길러지고 도살된 동물들의 고기로 만들어진 스테이크, 햄버거 등의 식품을 먹은 어린이나 성인 중 위장 곳곳에 천공이 발생하여 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는 사례가 보고(윌리엄 레이몽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되어 있다.
전국이 살충제계란 파동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살충제계란, 먹어, 말어 ?
정부 당국, 식약청, 의료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가 제각각이다.
본질은 살충제를 먹인 닭과 계란이 아닌, 살충제 그 자체의 위험성과 강력한 규제를 위한 법규 마련이다.
화학살충제(DDT ; 다이클로로 다이페닐 트라이클로로에테인, 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는 조류 배아에 악영향을 끼치고 알껍질에 칼슘 부족을 일으켜서 알이 쉽게 깨지게 만드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DDT의 반감기는 2년에서 15년으로 잘 분해되지 않으며, 몸 속의 지방 성분에 주로 쌓인다. 땅이나 물 속에 남아 있는 DDT는 식물에 흡수된 후 생물농축(biological concentration ; 유기오염물질을 비롯한 중금속 등이 물이나 먹이를 통해서 생물체내로 유입된 후 분해되지 않고 잔류되는 현상으로 DDT는 거의 천만배로 농축됨)에 의해 인간 같은 생물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DT가 음식을 통해서 섭취될 경우 암(cancer)이 유발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인간의 몸 속에서 내분비 교란물질로 활동할 수 있는 사실은 밝혀져 있다.
전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생태계 파괴와 환경 재앙에 대한 경종을 울린 미국의 생태주의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란 책을 '영혼이 있는 공무원'을 강조하는 정부당국자에게 일독, 이독을 넘어 다독을 권한다.
해충, 진드기 등을 방제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면, 땅 속에 있는 지렁이가 제일 먼저 즉사한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조류 등 먹이 사슬순으로 죽게 되며, 최종적으로 사람의 간 속까지 침투하여 쌓이게 된다. 생물농축에 의한 생태계의 파괴(레이첼 카슨 여사는 인간 또한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봄)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계란을 요리하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보관되어 있는 몇 개 중 일부는 깨져있고, 멀쩡하게 보이는 것도 껍질이 이전 것에 비해서 너무 얇다는 느낌이 든다. 한 두 달 전부터인데, 나만의 감이 아니었을 것이다.
살충제(insecticide) !
해독작용이 전무한 지렁이, 그것이 극히 미비한 조류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일찍 죽느냐,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고통없이 피해를 입으면서 서서히 죽느냐의 시간적 문제도 아니다.
생태계 모두가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 미래가 올 수 있다' 고 레이첼 카슨은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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