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재설화(錦載屑話)
칠게 없어 기권한다. 본문
칠게 없어 기권한다.
영국 브라이턴에서 벌어진 삼성오픈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이형택선수와 2회전에서 대전한 크로아티아의 고란 이바니셰비치선수가 경기 도중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라켓을 3개나 부러뜨린 끝에 라켓이 모자라 " 칠게 없어 기권한다 "는 테니스대회 사상 초유의 해프닝을 보였다.
고란 이바니셰비치선수는 어깨부상으로 지난 6월부터 쉬는 바람에 현재 랭킹 134위로 떨어졌지만 한때 세계 2위까지 오른 적이 있었고, 윔블던대회 결승에만 세차례나 오른 220km대의 강서버를 지니고 있는 강호이다.
자신의 분을 못삭여 경기 중 라켓을 부러뜨리고 주심에게 `라켓이 없어 경기를 못하겠다`고 말하고 코트를 나가버렸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룰과 경쟁을 자랑하는 스포츠인가 ?
이들은 경기 그 자체를 즐기고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인정 혹은 고마움의 정신보다는 제동장치 없는 자동차 처럼 상대방이나 관중은 철저히 무시한채 제 감정과 제 기분에 쉽게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휩싸여 화를 내는 제멋대로의 선수들이다.
영혼과 마음의 통제를 벗어난 기술과 침착성을 잃은 선수는 위험하고 생명력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다.
스포츠에 참가함으로서 습득할 수 있는 최대의 덕목인 페어플레이 정신, 스포츠맨쉽이 실종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실패와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나가는 경험을 쌓아야만 성공과 승리의 값진 맛을 음미해볼 수 있는 것이다.
불가에 전해내려오는 법문 중에 "진심(성내는 마음) 닦아 성불"이라는 말씀이 계시다. 성내는 마음은 큰 재앙이다. 그 진심을 바침은 곧 우리 마음 속의 재앙을 바치는 일이다. 진심은 모든 쌓아놓은 공덕을 한 순간에 태워 버리는 무서운 불이니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방심은 곤란하다고 김재웅 법사는 <그 마음을 바쳐라>는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감정과 기분을 슬기롭게 조절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는 선수 혹은 코치들의 성공담 또한 우리들의 주변에서 보고 듣곤 한다.
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생활 후 타계했지만 지금도 위대한 흑인 테니스선수로 일컬어지고 있는 미국의 아더 애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한번은 프랑스의 나스타제 선수와 시합을 하고 있었을 때 나스타제선수가 지나치게 매너가 좋지 않자 "내가 이성을 잃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게임을 포기하는 것이 낫겠습니다."하고 심판에게 얘기하고는 이기고 있던 게임을 포기하고 기권해 버렸다. 재미있게도 그 게임은 오히려 나스타제선수가 진 것으로 심판위원회에서 결정이 나서 아더 애쉬의 용기가 승리를 거두는 격이 되고 말았다.
NBA 7회 우승, 시카고불스 감독재임 9년간 NBA 6회 우승, 3연패 달성, 지난해 LA레이커스 감독으로 부임하여 1999-2000시즌 결승에서 레이커스를 우승으로 이끈 필 잭슨 감독은 `철학적인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며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고 배우고자 하며 많은 독서를 한다고 한다. 그런 노력의 결과 그는 편견을 갖지 않고 열린 마음, 감정적인 것을 극복하는 참을성,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전체적으로 보며 무엇이 중요하고 어떠한 것이 최선인지 등을 제대로 생각해 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삼성오픈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일어난 고란 이바니셰비치선수의 사건은 현대스포츠의 부정적인 한 단면을 극명하게 표출시킨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어 운동과 스포츠를 즐기고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아프게 느낀다.
나재철닷컴-
http://www.najaechul.com/
'금재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障碍人들 (0) | 2009.02.04 |
---|---|
혁명, 개혁 그리고 변화 (0) | 2009.02.04 |
Labour & Work (0) | 2009.02.04 |
미쨔, 이반 그리고 알료샤 (0) | 2009.02.04 |
The types of eight doctor (0) | 2009.02.04 |